모내기철인 매년 5월 아랫마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매화마름 논(저수지)에서 물을 빼는 날이면 사람들은 미꾸라지, 메기, 붕어를 그냥 손으로 잡는다.
발자국이 찍혀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에는 올챙이와 송사리가 몰려들고, 물방개 유충과 파리는 죽은 물고기의 살점을 뜯어먹는다. 24일 밤 10시 KBS 1TV '환경스페셜'은 '매화마름 논, 물 빠지던 날' 편을 통해 시골 마을이 보여주는 자연과의 오래된 소통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 물이 빠지고 난 바닥에서는 물장군이 발견됐다. 물장군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자연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종이다. 그만큼 매화마름 논이 독특하고 안정적인 수서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저어새가 쇠백로, 왜가리 등과 어울려 먹이활동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매화마름 논이다.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인 저어새는 물이 빠지는 날부터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 매년 이곳에 날아와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이 밖에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 환경부 보호종인 금개구리, 희귀종인 드렁허리, 왕물맴이의 모습도 등장한다.
그러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인 매화마름은 당산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매화마름은 겨우내 물이 채워진 논에서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봄꽃을 피우기 때문에 논에 물에 채우는 인간의 존재가 생존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올 가을이면 대형저수지가 완공돼 매화마름 논에 더 이상 물을 채울 필요가 없어졌다. 이대로라면 당산리의 매화마름 군락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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