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문자메시지와 무선 이어폰 등을 이용해 토익(TOEIC) 시험 답을 알려준 일당과 이들에게 돈을 주고 답을 전송 받아 점수를 올린 취업 준비생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토익 응시자들에게 무선기기를 통해 답을 알려주고 200만~300만원씩을 받아 총 5,000여만원을 챙긴 김모(42), 박모(31)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하고, 부정응시자 주모(24ㆍ여)씨 등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교도소에서 만난 사이로 27년간 미국에서 살았고 영어강사 경력도 있는 박씨가 지난 2~5월 토익 194차~197차 시험에 응시, 무전기 차임벨을 이용해 답을 전송하고 김씨는 시험장 인근 차 안에서 이를 받아 응시자들에게 휴대폰으로 답을 보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 응시자가 휴대폰보다 더 안전한 방법을 요구하자 박씨와 같은 시험장소를 택하게 하고 귓속에 숨긴 쌀 한 톨 크기의 무선자기장 이어폰을 이용해 답을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응시자 대다수는 휴대폰을 숨긴 긴 소매 옷에 구멍을 뚫어 문자메시지를 수신했으며, 한 응시자는 휴대폰을 숨기기 위해 팔에 가짜로 깁스를 하기도 했다. 적발된 응시자는 20~30대로 취업 준비생이 13명으로 가장 많고, 회사원 9명, 대학생 6명이다.
김씨 등은 영어점수 등 이른바 '취업 스펙' 높이기에 매달린 취업 준비생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 '고득점 보장' 등 글을 띄워 부정 응시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특히 기존 토익 성적이 너무 낮은 응시자가 갑자기 고득점을 받으면 의심을 받을 수 있어 주로 500점 전후의 응시자를 선별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시자들에게 시험 하루 전 5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전연습을 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토익은 상대평가인 만큼 이들의 부정행위로 다른 응시자들이 피해를 봤다"면서 "토익 시험과 관련해 유사 범죄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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