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에서 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는 일본 민주당과 관료 사회가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가 주도하는 행정'으로 관료사회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내심 못마땅한 관료들이 민주당 선거 공약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2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농림수산성 최고위 공무원인 사무차관이 농업의 호별 소득 보상을 명기한 민주당 농어촌재생법안에 "문제가 있다"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소득 보상이며 곡물 생산 목표 설정이 농업 종사자의 의향만 반영해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였다.
재무성 사무차관도 정책, 행정의 낭비를 없애 정부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민주당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불필요한 지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시하지도 않은 채 재정 건전화를 위해 불가피한 세제 개혁을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두고 볼 리가 없다. 민주당 예비 내각의 농수산장관이 "국가공무원으로 공정성이 결여한 것은 물론 전문가의 자질, 능력이 없다"고 비판한데 이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도 "공무원의 정치 중립 원칙을 망각했다"며 지적했다.
자민당과 반세기가 넘게 손잡고 일본을 이끌어 온 일본 관료 사회는 올해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공무원의 산하단체 낙하산 인사를 철폐하고 현재 각 부처의 부장관과 정무관을 늘려 정치인을 100명 이상 관료 사회에 포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구상이 못마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인맥 다지기에 나서는 관료들도 없지 않다. 닛케이에 따르면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까지 인사 한 번 한 적 없는 중견 관료가 최근 "의원님과 같은 현 출신입니다"며 찾아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재무성 등의 관료들은 민주당 정책소위원회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관료 사회 전체를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듯 최근 관료를 다독이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의원내각제 모델 국가인 영국 시찰을 다녀온 민주당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 대행은 민주당이 추구하는 것은 "탈관료정치이지 반관료정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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