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더 이상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이후 개혁파 대선 후보였던 미르 호세인 무사비에 대한 사법처리 움직임과 함께 시위대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에 착수했다. 이란 정부가 강경대응에 나서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은 그러나 반 총장의 발언을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며 새 정부 출범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의회가 대통령과 새 내각이 7월26일과 8월19일 사이에 취임식을 열 것이라 발표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체포 선풍
이란 영자지 테헤란타임스는 23일 이란 경찰이 시위대 457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경찰은 또 테헤란 주요 시가지에 대한 치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22일 "시위대의 폭동과 약탈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위협 속에서도 테헤란 도심 하프트 에 티르 광장에 약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자 수백명의 혁명수비대는 친정부 민병대 바시지와 함께 최루탄과 공포탄을 쏘면서 진압했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시민들에게 시위를 계속할 것을 독려해온 무사비 전 총리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사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알리 샤로키 이란 의회 사법위원회 위원장은 "무사비는 불법 시위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고 선동적인 성명서를 내는 등 최근 사태를 초래했다"며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 abc방송은 이란 반정부 인사를 인용 무사비 전 총리가 20일 공개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촉구한 직후 비밀경찰에 의해 사실상 가택연금상태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 잇단 우려 표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성명을 통해 "이란의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는 즉시 시위자들에 대한 체포와 위협, 공권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7개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란 정부를 향해 "국민들의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으며, 테헤란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잇따라 개방했다.
또 영국이 이날 자국민에게 이란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 외무부 역시 동일한 조치를 취하는 등 이란지역에 대한 여행자제령을 선포하는 국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 테헤란에서 취재 중인 그리스 국적의 미 워싱턴타임스 기자가 불법활동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미ㆍ영 정부의 소극대응 속셈
미국과 영국 정부가 유럽 등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란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낮은 배경에는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계산이 숨어있다고 CNN방송이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란 개혁세력의 중심으로 부상한 무사비 전 총리 역시 핵개발 정책과 관련해서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별차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이란 지도층이 분열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의 대서방 비난이 미국이 아닌 영국에 집중되는 것도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란 지도부도 체제안정 대가로 핵개발 포기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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