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점처럼 보이는 게 비가 오는 걸 나타내 주는 겁니다. 그런데 오늘은 날이 맑아 점이 별로 없네요. 하하.""아, 그럼 여기 비오는 날 다시 올라와야겠네요. 호호."
23일 오후 관악산 정상에 위치한 기상관측소 홍보실. 박현식 부소장의 설명에 귀 기울이고 기상레이더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10여명의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상예보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마냥 신기한 듯 했다. 이들은 이어 송수신장비와 신호처리 장치가 설치된 2층과 회전 안테나가 자리잡은 3층 돔 내부까지 구석구석 둘러봤다.
관악산 기상관측소가 이날 4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됐다. 이곳은 1969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기상관측소로, 전국 10곳의 관측소 가운데 마지막으로 개방됐다.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자유롭게 들러 기상 관측 업무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관측소에는 개방에 맞춰 33㎡ 남짓한 홍보실이 새로 마련됐다. 관람객이 레이더의 실시간 관측 영상을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 외에도 기상현상 사진, 기상 업무를 설명한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기상현상을 찍은 사진에 달린 재치 있는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UFO가 아닙니다-렌즈구름', '비소식을 알리는 하늘의 예보관-햇무리', '하늘이 성낸 것을 사과하는 것-무지개'.
기상관측소는 기상레이더를 운용해 기상 정보를 얻는 곳이다. 축구공 모양의 레이더 돔 안에는 직경 8.5m 접시형 안테나가 자리잡고 있다.
이 안테나가 24시간 360도 수평 회전하면서 대기 중에 발사하는 전자기파가 구름, 비, 눈, 우박 등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비구름의 상태를 원격 관측한다. 보통 반경 240㎞를 관측하는데, 최고 480㎞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관악산에서 부산의 기상현상까지 관측 가능한 것.
또 기상 레이더는 비구름의 위치와 강도, 풍향과 풍속을 지도에 그릴 수 있다. 이렇게 비구름을 정확히 관측한 자료는 집중호우, 태풍 등 돌발적인 위험 기상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 감시하는데 필수적이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관악산에 올랐다가 들렀다는 박종철(32)씨는 "기상예보가 오보가 많아 국민들이 오해하는 면이 많은데 수퍼 컴퓨터 한 대만 놓고 예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기상 업무에 대해 더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절에 가는 길에 들른 강예지(52ㆍ여)씨는 "상세한 설명 덕에 모니터에 나타난 기상상황을 알아볼 수 있게 된 게 신기했다"고 말했다.
기상관측소는 주중, 주말, 휴일 관계없이 매일 오후 2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개방된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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