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을 시작할 때는 모두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했는데 기어코 별을 따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의 본선 진출을 이끈 북한 축구대표팀의 미드필더 안영학(31.수원)은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어릴 적 꿈이었던 월드컵 진출을 이뤄서 너무 기쁘고, 특히 남과 북이 함께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역사적인 일을 해내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본선에 꼭 진출해 달라"는 친서를 보내며 독려했다고 공개했다.
안영학은 "또 한국-이란전이 벌어진 시간이 낮잠시간 이었지만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호텔숙소에서 룸메이트인 정대세(가와사키)와 TV로 지켜봤다"며 "한국이 먼저 골을 내줬을 때 조마조마했지만 박지성이 골을 넣었을 때 너무 좋았다"고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4년 전과 비교할 때 북한축구의 향상된 점은.
"독일월드컵 예선 때는 국제경험이 너무 없었다. 한국과 달리 친선경기를 많이 안했고 솔직히 경기를 하면 떨기도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그때 뛰던 선수들이 많고 3차예선부터 계속 뛰어왔다."
-북한에서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포상금이 있나.
"본선에 진출해봐야 안다고 어떤 포상금이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들었다. 보통 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아파트, 차, 포상금을 받고 영웅 칭호를 주는데 그 정도 수준으로 예상한다."
-월드컵 본선에서 기대하는 것은.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강팀이랑 맞붙어 보고 싶다. 또 참가한 만큼 꼭 한번 이기고 싶고, 월드컵에서 꼭 한번 골을 넣어보고 싶다."
-대표팀에서 특별히 먹는 음식이 있나.
"특별한 건 없고 많이 먹는다. 사우디 원정갈 때는 처음으로 요리사 한명이 따라갔다. 또 평양 쌀이랑 김치, 멸치, 고추장, 마늘 등 우리 음식을 가져가서 선수들이 잘 뛸 수 있게 준비했다."
-향후 월드컵 본선 준비는.
"구체적인 얘기는 없다. 일단 A매치 데이에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와 연습경기를 할 예정이라고만 들었다."
-평양에도 파주 NFC와 같은 대표팀을 위한 훈련장이 있나?
"송신이라고 대동강 근처에 4개 운동장을 갖춘 훈련장이 있다.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 숙소가 있고 현재 청년대표팀 숙소를 짓고 있다. 파주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웨이트장도 있고 훈련하기에는 좋다."
-김정훈 감독 스타일은 어떤가.
"항상 차분하고 침착하다. 격한 말씀하는 걸 한번도 못 들어봤다. 선수들과 가깝고 짐도 같이 들어주신다. 감독을 싫어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대표팀에서 고참과 후배 분위기는 어떤가.
"분위기는 좋다. 나도 나이가 많은 편이라 '영학이 형'이라고 부르는데 다 반말을 쓴다."
-한국이랑 맞붙으면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특별 지시가 있나.
"그런 건 특별히 없다. 다른 나라와 똑같다."
-정대세와는 살아온 환경이 다른 데 특별히 부딪치는 일은 없나.
습관이 달라서 어려웠던 것 같다. 보통 프로리그에선 훈련 스케줄 맞춰 밥 먹고 자고 알아서 준비하는데 대표팀에선 깨우기 전까지 그냥 자는 식이다. 대세는 불안해서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일본 언론에 J리그 가시와 레이솔과 오이타 트리니타 영입설이 나왔다.
"에이전트 쪽에서 추진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건 듣지 못했다. 일단 올해 말까지 수원과 계약이 남아 있는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만 선수로서 계속 벤치에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항상 수원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해 아쉬웠고, 팬들도 많이 기다리며 격려해주고 있어 참 마음이 아팠다."
수원=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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