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을 받은 김모(77)씨의 호흡기를 직접 제거한 박무석 교수(호흡기내과)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난해 2월 폐암진단을 위한 조직검사를 받다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부터 그의 주치의를 맡았던 박 교수는 "중환자실이 하루에도 여러 번씩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인데, 김 할머니를 통해 생명이나 삶과 죽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주치의로서 '존엄사'의 한 단계로 호흡기를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
"회의(懷疑)도 많았다. 죽음의 과정도 존중돼야 하는데,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답이 정해진 게 없다. 개인적으론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가 보기에도 회복가능성이 없다면 가족, 주치의 등이 자연스러운 죽음의 경과를 의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회진을 1년 이상 돌았는데 호흡기 뗄 당시 심경은 어땠나.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이번 일 겪고 보니 삶과 죽음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분이 편하게 쉬었으면 한다."
-김씨는 호흡기를 뗀 후 어떤 상태인가.
"자발호흡을 하고 있다. 뇌간기능이 살아있다는 뜻인데, 사망 임박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호흡횟수는 정상인과 비슷하나 얕은 호흡을 하고 있다. 현재는 자기호흡이 유지되는 상태라서 합병증이 없는 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가족들이 할머니 퇴원을 요청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족들이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요청이 있으면 1주일에 두 번 가정간호사가 가서 영양제 공급하는 방식으로 조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측은 퇴원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밝힘.)"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