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내 첫 존엄사 시행/ 호흡기 뗐는데 생명 유지… 딜레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내 첫 존엄사 시행/ 호흡기 뗐는데 생명 유지… 딜레마

입력
2009.06.23 23:50
0 0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23일 식물인간 상태인 김모(77)씨의 호흡기를 제거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했지만, 존엄사 허용범위와 제도화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하다.

특히 김씨의 경우 예상과 달리 호흡기를 뗀 후에도 자발호흡을 계속하며 생명을 유지함에 따라 인공호흡기 제거가 곧 '존엄사'라는 통념이 깨지면서 존엄사 판단기준과 가이드라인이 보다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창일 연세의료원장은 김씨의 상태에 대해 "호흡기 제거 전과 비교해 모든 생체신호가 거의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병세가 호전된다고 볼 수는 없으나 현상태로 오랫동안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폐렴이나 욕창 등 합병증세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이 지난달 김씨의 연명치료 중단 허용의 근거로 김씨가 '사망임박단계'에 있다고 판단했던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재개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당시 ▲의식의 회복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짧은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것이 명백한 경우를 '회복 불가능한 사망 단계'로 제시하면서 김씨가 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었다.

박 원장은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저희는 애초부터 김씨가 사망임박단계라는 주장에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일 뿐, 개별적인 사안들과 관련해선 좀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법원 판결은 '연명 장치 중단' 허용 여부만 판단하고 있어, 식물인간 상태에서 스스로 호흡이 가능한 환자나, 회복이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 등 다른 많은 임종 환자에 대한 실행지침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애초 김씨 사건의 핵심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환자의 고통을 줄여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존엄사'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김씨가 스스로 생존을 이어갈 경우 병원측은 환자를 중환자실에 둘지, 일반병동으로 옮길지, 환자 가족이 원할 경우 퇴원을 허용해야 할지 등을 또다시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진정한 존엄사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에 대한 판단 뿐 아니라, 죽음에 임박한 환자의 통증 완화조치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최근 존엄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