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정관계 유력인사에 대한 금품 제공으로 추가 기소된 혐의를 법정에서 모두 인정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 전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는 분들을 후원해 준다는 생각으로 돈을 준 것"이라며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시인했다.
박 전 회장은 목멘 소리로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낭독하며 "이번 사건 때문에 친한 사람들이 재판을 받게 된 점에 대해 반성하고, 검찰 조사에서나 법원 증언에서도 잘못을 책임진다는 자세에서 사실만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어렵게 자수성가해 40년을 정성 들여 가꾼 태광실업의 경영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기회를 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박씨의 변호인도 "돈을 준 사람들에게 명시적으로 청탁한 적이 없고 실제 도움을 받은 적도 없었다"며 박 전 회장이 사업과 관련한 청탁 때문에 돈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공판이 열린 9일보다는 한결 기력을 회복한 모습이었으나 여전히 혼자서 걷기는 불가능한 듯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했다.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회장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정규 전 민정수석, 이택순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제공(뇌물공여)하고 이상철 전 월간조선 대표(현 서울시 부시장)에게 기사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추가 기소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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