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재정지출을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침체의 방패로 활용한 재정적자를 조속히 해소하지 못하면 만성적인 재정적자의 늪에 빠져 향후 경제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감세와 추경 등 공격적 재정정책은 일부 경제지표를 호전시키고, 경기의 하강세도 멈추게 만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문제는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조세수입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감세정책이 지속된다면 이명박정부 5년간 총99조원의 국세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게 KDI의 추산이다.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데 조세수입마저 감소하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중기 재정전략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7%로, 올해(-3.2%)보다 1.5%포인트 늘어나면서 재정악화 속도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지난해 30.1%에서 올해 35.6%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75.4%)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확장기조로 돌아선 적자재정을 균형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해선 고통스런 재정개혁이 불가피하다. 이해집단과 포퓰리즘에 영합한 정치권의 반발로 증세(增稅)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일차적으로 재정지출부터 구조조정해야 한다. 경기부양 효과가 낮은 사업은 점진적으로 종료하고, 효과가 떨어지는 비과세ㆍ조세감면 대상도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가 어제 한시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온 밀가루 자전거 등 27개 품목의 할당관세 적용을 종료키로 한 것은 증세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농어민과 서민 중소기업 등에 대한 감세 축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로 부자정권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조세감면 축소는 민심이반을 부채질할 수 있다. 재정개혁은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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