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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영화 제목의 '대박 법칙'

입력
2009.06.2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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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관객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제목에 대해 갖는 작은 오해. 엄마가 개입된 살인 사건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에 살인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머더'(murder)와 발음이 비슷한 제목을 사용한 거 아니냐는 것이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섬세한 감독이니까'라는 그럴듯한 근거까지 더해져 오해는 사실인 양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봉 감독의 답변은 단순하다. "2004년에 '엄마'라는 영화가 개봉해서 별 수 없이 영어 제목을 사용했다."

제목은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하고 영화 내용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관객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인상을 뚜렷이 남기는 제목일수록 대박으로 연결된다. 충무로가 짧으면서도 명확한 다섯 글자 이하 제목을 선호하는 이유다.

'괴물'과 '왕의 남자', '실미도', '친구', '과속스캔들' 등등의 잭팟 사례는 짧은 제목의 위력을 과시한다. 어디 흥행에서만 좋은 성과를 거뒀는가. '취화선'과 '올드보이', '빈집', '밀양'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명예를 드높인 영화들의 제목도 짧디 짧기만 하다.

하지만 가끔 긴 제목이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제목이 길수록 관객들이 느끼는 낭만지수가 높아진다(아니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긴 제목으로 관객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도시 남녀의 발랄한 연애담을 그린 듯한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원제는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두 남녀의 군내나는 지긋지긋한 사랑을 그린 이 영화를 봤다면 원제에 더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홍상수 감독이 새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제목을 정하지도 않은 채 김태우와 예지원을 캐스팅했다는 소문이다. 촬영일 아침에 일어나 그날 분량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즉흥적인 연출로 유명한 홍 감독답다.

홍 감독은 그날 그날의 촬영 여건 등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제목을 정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진정 '생활의 발견'이 그의 영화가 지닌 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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