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미국 월가의 임직원 보수가 다시 고액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요즘 월가 은행의 중간 간부 연봉은 40만달러(약 5억1,000만원)로 수개월전의 25만달러(약 3억1,000만원)에 비해 껑충 뛰었다. 이 신문은 "월가 투자은행(IB)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월가 임직원의 보수 인상 움직임은 일부 금융회사들이 인재 빼내기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FT는 "바클레이, 크레디트 스위스(CS), 도이체방크가 최근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제시하고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했다"며 "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메릴린치와 UBS가 이 와중에 각각 최고급 인력의 25%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FT는 "그러자 메릴린치와 UBS도 인력을 붙들어 두기 위해 임직원의 기본금을 인상했다"며 "임금 인상 이후 UBS가 골드만삭스에서 전략전문가를 빼내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인력 영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월가의 임직원 보수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 때처럼 각종 보너스를 보장해주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메릴린치에서 인력을 영입하면서 보너스 지급 방식으로 경쟁 업체보다 임금을 높게 지급할 것을 보장했다.
이 신문은 "월가의 고액 연봉 규제에 나선 미 금융당국에게 이같은 보수 인상은 예기치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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