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시 중국이다] 1부 13억 시장을 잡아라 (1) 라오바이싱(대중) 속으로 파고들어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시 중국이다] 1부 13억 시장을 잡아라 (1) 라오바이싱(대중) 속으로 파고들어라

입력
2009.06.23 02:01
0 0

"한마디로 '찡탄(驚歎ㆍ놀라움)' 그 자체다. 명품 '애니콜'이 농촌도시에까지 찾아오다니, 도저히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다."

19일 오후 중국 후베이(湖北)성 남부 양쯔(揚子)강 북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이창(宜昌). 인구 7만여 명의 농촌도시 한복판에서 때아닌 축제가 벌어졌다. 삼성전자 애니콜 로고가 선명한 다펑처(大蓬車ㆍ무대가 있는 오픈카) 한 대가 도로 옆을 가득 매운 시민들에게 둘러싸였다.

화물차를 개조한 컨테이너 모양의 오픈카 무대에서 중국판 '소녀시대'를 연상시키는 20대 여성들이 흥겨운 노래와 율동으로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중국식 패션쇼와 퀴즈게임이 이어지고, 구름처럼 몰려든 관중들 사이에선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는다. 축제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애니콜의 등장이다.

사회자가 애니콜 제품을 소개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귀를 쫑긋 모은다. 대도시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명품 애니콜을 직접 보게 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다펑처 한 편에 마련된 애니콜 신제품 전시회에는 첨단 기능을 직접 확인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 중저가 시장도 놓치지 않는다

중국 삼성전자는 9월 말까지 9개의 다펑처를 몰고 중국 350개 중소도시 구석구석을 찾아간다. 중국진출 17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진정한 중국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농촌도시와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현지 밀착형 판매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중국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발맞춰 공격적인 내수시장 확대 작전에 돌입했다. 새로운 판매전략은 지난해 12월8일 베이징(北京)에서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이 주재한 비상 전략회의에서 결정됐다. 지금까지 공을 들여온 대도시는 물론, 4ㆍ5급 중소도시 360여 곳을 집중 공략키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전략분석도 힘을 더했다. 삼성전자가 과거 17년간의 투자와 노력으로 오늘날 중국인들에게 애니콜과 LCD TV를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 시켰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볼륨을 높이기 위해선 고급 이미지를 중저가 시장에서도 계속 유지하는 매스티지(masstigeㆍ고객들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 전략을 통해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ㆍ서민) 속으로 더 깊이 더 넓게 파고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가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이미 30%를 넘는다(업계 2위). 이처럼 확고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삼성전자가 이제 중저가 시장에서도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중국 삼성전자는 현재 중저가 시장에서도 점유율 23%로 노키아(40%)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간극이 아직은 넓은 편이다.

이상국 중국 삼성전자 상무는 "대도시는 물론 중국 인구의 4분의 3이 몰려있는 농촌지역의 중소도시를 직접 방문, 현장밀착형 마케팅을 통해 또 다른 애니콜 신화를 만드는 것이 삼성의 전략"이라며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17년간 쌓아온 명품 이미지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LED와 3G시장을 선점하라

중국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기지가 위치한 톈진(天津)시 시칭(西靑)구 웨이뎬쯔(微電子)공업단지 내 삼성사업장. 5,700여명의 직원들이 2교대로 모든 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두 가지 승부수를 던졌다.

화질의 혁명을 가져온 디지털TV 시장에서 LCD의 차세대 주자인 LED(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았고, 전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새로운 꽃으로 떠오른 3G 영상폰을 잇따라 출시했다. 프리미엄 1등 기업인 중국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 두 가지 제품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LED TV의 중국 출시는 한국과 유럽,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 삼성전자가 그만큼 중국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고화질, 친환경 제품인 LED TV는 지난달 중국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래 노동절 3일 연휴기간에만 1,500대가 판매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삼성전자의 올해 LED TV 판매목표는 6만대. 고가 제품인 LED 출시를 계기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한편, 주력 제품인 LCD TV 판매에까지 나비효과를 보이는 매스티지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G 영상폰 출시 또한 중국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3G서비스가 100% 상용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올해 시장 규모가 1,300만대, 내년에는 3,000만대 이상으로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따라서 누가 3G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삼성전?톈진공장에서 생산된 3G 휴대폰은 총 3,700여 만대. 이 가운데 중국 내수용은 15%에 그쳤지만, 올해엔 중국 내 3G 상용화에 발맞춰 비중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톈진공장 책임자인 김혁철 대표는 "현재 공장 생산라인의 20%를 3G 영상폰 제조에 배당하고 있다"며 "3G폰 판매가 급증할 것을 대비해 신축적인 라인 확대전략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은 "중국정부의 내수진작 정책이 2분기 들어 점차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되, 시장을 더욱 세분화해 중소도시 저변까지 파고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

"중국진출 17년 만에 중국삼성의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단순한 수출 생산기지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거대해진 내수시장에서 위안화를 버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정부가 내수 진작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갈수록 중국의 내수시장은 확대될 것이다. 중국삼성 역시 이에 발 맞춰 내수시장 확대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 계열사들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근희(56ㆍ사진) 중국삼성 사장은 22일 삼성의 중국 내수시장 확보 전략을 다음과 같이 압축했다. "삼성이 그간 추구해온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굳건히 다지는 한편,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맞춰 세부진행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 삼성전자는 우선 고가의 하이엔드(High End) 제품 외에 중저가인 미드-로엔드(Mid-Low End)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중저가 시장에서 소비자를 더욱 세분화하고 타깃별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선보여 판매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며 "특히 저가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해 중국의 서민층인 라오바이싱(老百姓)이 삼성 제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삼성의 올해 타깃 마케팅 전략은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 지방 중소도시로 그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실질적으로 농촌시장을 커버할 수 있도록 올 들어 지방의 소도시까지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지방의 우수 대리상을 선별해 육성하는 한편, 이들의 판매를 강화하고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와 물류 인프라 설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삼성은 유통구조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직접 매장을 갖고 제품을 파는 '셀-아웃(Sell-Out) 대리상'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TV 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경로를 선점하고 영업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박 사장은 "결국 이 모든 전략은 상품기획부터 개발, 판매에 이르는 현지 완결형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중국의 문화와 중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한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하는 등 제품의 현지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환경보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제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톈진ㆍ베이징=장학만 특파원

■ 기회는 왔다, 중국을 수확하라

"중국경제는 내년부터 전면적인 회복단계에 진입할 것이다.(유수청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아무리 작아도 중국 인구 13억을 곱하면 커진다.(원자바오 중국 총리) "이제 중국에서 위안화를 버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목표이고, 금융위기로 굶주린 기업들에게 중국 내수시장의 공략은 유일한 불황의 탈출구다.(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지금 중국대륙은 세계 주요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온 전 세계 주요 상품의 경연장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으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내수부양책이 13억 인구의 소비열기로 확산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브랜드 올림피아드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자 내수진작으로 방향을 돌려 총 6조위안(약 1,112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풀고있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의 4배에 달하는 이 돈은 지금 중국 상품시장과 건설현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가장 매력적인 사냥감으로 자리했다.

중국 상무부 분석에 따르면 중국 13억 인구 중 현금을 들고 당장 TV와 냉장고 등을 살 수 있는 중국인은 약 3억900만명.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이 같은 규모의 실질 구매력 보유인구는 매년 3%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발전고위층 포럼이 발표한 중국 내수시장 성장목표대로라면 2014년 중국은 세계 최대의 명품시장으로 부상하게 된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사활을 건 한판 승부에 들어간 선도기업은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까르푸, 노키아 등 다국적 기업들. 이들은 중국내 곳곳에 거점을 마련하고 인력과 자본을 대거 투입해 '중국인 잡기'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월마트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중국 내국인 전용 증권시장인 A시장 상장까지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다국적 기업의 대중국 공략이 생산거점의 활용이었다면 오늘날의 투자는 서비스와 유통, 금융부문 등 내수에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우리 기업들 역시 세계적인 경제 전쟁터 중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중이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다시 보면서 '어게인 차이나'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이미 고급 이미지를 구축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은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원 대상인 가전ㆍ가차하향(家電ㆍ家車下鄕)정책을 겨냥해 농촌의 중급도시 2,3선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는 정유ㆍ통신 등 중국 국영 기업과의 밀착기회를 보고 있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건설현장에서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롯데와 이마트, CJ, 이랜드, 네이버 등은 유통과 식음료, 의류, 게임 시장에서 한류열기를 확산시키는 감성 마케팅에 나섰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장은 "기획에서부터 연구, 개발, 조달,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우리 기업의 현지화 전략, 완결형 경영은 곧 우리 경제의 새로운 위기 돌파구로서 확실하게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