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발행으로 수사기관에는 비상이 걸렸다. 액면가가 기존 최고가의 5배나 커짐에 따라 뇌물 수단으로 5만원권 현금이 애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고액권 발행 반대 논리의 하나이기도 했는데,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위폐와 소매치기 범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액면가가 커졌다는 것은 뇌물의 부피가 그만큼 작아져 고액의 뇌물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예컨대 종전에는 사과상자에 1만원권을 가득 담을 경우 2억원 정도가 되었지만, 5만원권을 이용하면 10억원을 담을 수 있다.
007서류가방에는 1만원권으로 1억원이 들어가지만, 5만원권으로 하면 5억원을 넣을 수 있다. 같은 액수라면 종전보다 부피가 5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수사기관에선 뇌물 부피가 작아질 뿐 아니라, 뇌물액수가 커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검은 돈의 자금 세탁도 활개를 칠 것으로 예상된다. 범죄자가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대신에 5만원권 현금으로 자금 세탁을 할 경우 각종 수사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온 '계좌 추적'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위조지폐의 고액화 가능성도 수사기관의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목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5만원권 위폐 식별요령이 담긴 리플렛 2만부를 일선 경찰서에 배부해 수사과 직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경찰관들이 숙지하도록 지시했다.
5만원 신권에는 태극무늬 홀로그램 등 16개 식별 요소가 포함돼 있다. 경찰은 리플렛을 전국 편의점과 재래시장, 주유소 등 현금을 많이 취급하는 업소에 집중 배포해 위폐 구별 방법을 알릴 방침이다.
소매치기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소매치기 전문범들은 현금만 노린다. 한 동안 뜸했던 소매치기범들이 고액권이 나오면 이를 노리고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서울 남대문과 명동 일대를 중심으로 일본인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권과 기존 지폐들과의 혼동 우려도 제기된다. 택시기사 김모(61)씨는 "만원권 신권이 처음 나왔을 때, 천원짜리와 만원짜리가 비슷해서 헷갈리는 손님이 많았다"며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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