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란 테헤란의 반정부 시위 도중 총탄에 맞아 숨진 16세 소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인들이 물결처럼 이 소녀의 희생을 애도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수도 테헤란의 시위 현장에서 카메라와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은 시위 현장의 참혹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은 소녀가 가슴에 총을 맞고 도로에 쓰러져 있다. 2명의 남성이 가슴을 누르며 응급 치료를 시도하지만 바닥에는 이미 피가 흥건하고, 아버지의 절규 속에 소녀는 두 눈을 뜬 채 숨을 거뒀다. 카메라는 소녀의 얼굴에 집중 조명하며 마지막 순간을 담아냈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너의 죽음은 헛되지 않아" "전세계가 울고 있다" 등의 글을 올리며 안타까워했다. CNN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단문 송수신 서비스 트위터를 종합해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를 '네다'로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네다는 이란말로 목소리 또는 외침이라는 뜻이다. 테헤란 카레게 거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평화시위에 참가한 소녀의 뜻을 기려 누군가 명명한 듯하다.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세계의 방송들은 21일 이 화면을 방영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1일 이란계 미국인들이 피로 얼룩진 네다의 사진을 들고 이란 정부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22일 "네다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숨졌는지 불분명하지만 그의 죽음이 이란사태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네다의 죽음이 이란 정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페미니즘 운동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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