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피랍된 후 7개월동안 억류돼있던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게임' 덕분에 감시원들의 속이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NYT와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22일 데이비드 로드(41) 뉴욕타임스 기자와 타히르 루딘(34) 아프가니스탄 기자의 긴박했던 탈출기를 생생히 전했다.
19일 저녁 파키스탄 북(北)와지리스탄의 미람 샤 마을에 위치한 수용소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은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감시원들에게 그 지역 보드 게임인 '드래프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게임이 끝날 때마다 한 판 더 하자고 졸랐다. 자정까지 이어진 게임에 지친 감시원들은 하나씩 쓰러져 자기 시작하더니 새벽 1시 무렵에는 모두가 곯아 떨어졌다.
두 사람은 잠자는 감시원들 사이를 몰래 빠져 나와 창문 위로 올라가 미리 감추어둔 낡은 밧줄을 늘어뜨리고 벽을 기어 내려갔다. 밧줄 길이가 짧아 나중에는 점프할 수밖에 없어 '쿵' 소리가 났지만 다행히 고물 에어컨 소리에 묻혀 감시원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후 로드와 루딘은 자유를 향해 힘껏 달렸다. 수감생활 중 틈틈이 주변 지리를 미리 익힌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루딘은 수시로 꾀병을 부려 수용소 밖 의사에게 데려가 줄 것을 요구하거나, 크리켓에 흥미가 있다면서 외부 경기를 구경 시켜 달라고 부탁했었다. 루딘은 2주전 수용소 안에서 우연히 낡은 밧줄을 발견한 이후 이렇게 치밀한 계획을 짰다.
현재 로드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루딘은 탈출할 때 발에 약간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로드와 루딘, 그리고 이들의 운전사인 아사둘라 만갈(22)은 작년 11월 탈레반 지도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 카불 지역을 이동하다 납치 당했다. 로드는 더 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면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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