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출범 직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주도한 공안조작 사건인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 피해자들이 28년 만에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병현)는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박동운(64)씨 등 일가족 5명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수사관들이 박씨 등을 영장 없이 불법 연행한 뒤 두 달 넘게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고 감금한 채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재심 사유를 밝혔다.
1981년 3월 7일 전남 진도의 농협 직원이었던 박씨는 영문도 모른 채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체포돼 서울 남산의 취조실로 끌려갔다. 6ㆍ25전쟁 때 행방불명됐다가 남파된 아버지에게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였다. 박씨의 어머니, 동생, 숙부, 고모 등도 잇달아 체포됐고 안기부는 이들 일가족 7명을 진도를 거점으로 한 '가족간첩단'으로 둔갑시켰다.
박씨는 남산에서 63일간 불법 구금된 채 조사를 받았고, 안기부는 박씨에게 두 차례 북한으로 잠입해 지령을 받았다는 누명을 씌웠다. 박씨는 혹독한 고문에 못 이겨 허위 자백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18년을 복역하다 98년에야 가석방됐다. 박씨 일가의 사연은 2007년 김희철 감독의 독립 다큐영화 '무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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