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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가 본 영화' 문학평론가에게 듣는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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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가 본 영화' 문학평론가에게 듣는 영화 이야기

입력
2009.06.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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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 지음/민음사 발행ㆍ324쪽ㆍ1만5,000원

영화를 '본다'고 하지 않고 '구경한다'고 말한다면, 대략 1940년대 이전에 태어난 어르신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세대에게 극장이란 창경원처럼 맘먹고 구경가는 곳이었다. 영화도 흔찮고 극장도 드물었다. 이 세대의 영화평을 접하는 것은, 그래서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잉마르 베리만이나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동시대적' 평론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 비평계의 묵은 불우다.

50여년 문학평론을 해 온 유종호(74ㆍ사진) 전 연세대 교수가 영화평론집을 냈다. "구경한 영화는 대충 기억하고 있고 배우 이름도 좀 아는 편"이라며, 의뭉스레 장 콕토와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노 평론가의 시선은 부박한 감성으로 순간적 이미지만 포착하려 첨벙대는 젊은치들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느긋이 줄거리를 일러주는 투에 '올드'한 느낌도 없진 않지만, 문학적 상상력이 영상과 만나 이루는 접경의 풍경에서 숙성된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을 읽는 저자의 독법. "그런데 영화에서는 살인자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끝자락에 가서 범인을 밝히는 추리극의 정석을 파기해 관객의 의표를 찌른다… 진실이란 쉽게 포착되지 않는 도망자라는 게 영화의 전언인 것으로 생각된다." 몇 계단을 디디고 넘어, 문학평론가다운 감상이 이어진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자신감을 잃고 자학 증세마저 보였다… 지금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일본 소설은 없다시피 하다. 영화의 구미 시장 석권이 일본 문학 수용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이다."(137쪽)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는 세월과 저자 사이의 어쩔 수 없는 이격감도 느껴진다. 저자는 자신이 젊은 시절 '구경한' 영화와의 밀착된 감성을 드러낸다. "줄거리보다 주제곡 때문에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 학생들이 영어선생이 영어 노래 하나 부르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억지로 학습을 시켜준 사연이 있다. 주제곡명이 그대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고원의 결투'다."(81쪽) 그러나 저자가 "DVD 시대에 들어와 본 영화"라고 소개하는 영화들에서는 내러티브에 대한 분석적 평이 주를 이룬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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