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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세대 다르고 시대 변해도 '밥심'은 불멸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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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세대 다르고 시대 변해도 '밥심'은 불멸의 진리

입력
2009.06.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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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자 '프리+' 음식 면에 '박재은의 명품 먹거리'를 연재해온 푸드 칼럼니스트 박재은씨가 일상 속의 음식 이야기를 담은 칼럼 '박재은의 음식남녀'를 새로 연재합니다.

"먹고 살 일 났어?"라는 말, 종종 듣는다. 이 표현은 특히 엄마 아빠 세대의 분들, 그러니까 1950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분들이 더 많이 쓴다. 먹고, 그리고 사는 일보다 덜 중요한 일이라면 호들갑 떨지 말라 이를 때 주로들 쓰신다. 전쟁을 겪은 세대들의 말버릇이라 그 의미가 짠하다.

내 초등학교 시절, "밥 먹고 합시다"라는 유행어가 돌았다. 남자 아이들은 수업 중에 이 말을 외치곤 하여 꾸중을 듣기도 했다. 결국 70년대에 태어난 우리들도 부모님 세대와 마찬가지로 '밥, 밥, 밥' 했다.

요즘 학생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니들이 수고가 많다"라는 유행어가 있어서 재미있다.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시대에 태어난 80, 90년대 생들에게 '밥'을 벌어먹는 피곤함이란 아직 멀기만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니들도 나도 먹고 사느라 수고가 많다'는 의미의 자기연민 가득한 유행어가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재미있다는 거다. 세대가 다르고 시대가 변해도 '먹고 사는 일'이 우리를 관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사업상'의 이유로 식사를 함께 할 때에도 '먹고 살 일'의 법칙이 적용된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베테랑 비즈니스맨들은 중요한 안건일수록 '디저트 타임'에 이야기를 꺼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빈속으로 앉아 밥을 기다리면서 예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식사를 나누며 분위기를 워밍업하다가 서로의 등과 배가 따스해졌을 때 의논하는 것이 의견일치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어려운 선배와의 인사, 상견례 자리 등에서 '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래서 꽤 큰 편이다.

연애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도 '밥'이 중요하다. 먹어야 살고, 살아야 사랑도 연애도 가능하다. 그러니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말은 영양 결핍이었던 옛날보다 애정 결핍의 시대인 요즘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수고가 많은 우리들, 밥 먹고 일어나 먹고 살 일 난 듯 일하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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