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일본 최대의 라이프 스타일 숍 '프랑프랑'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생활 잡화, 취미 용품, 건강ㆍ미용 용품 등을 파는 이 매장을 국내에 유치한 회사는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알려진 대성산업이다. 도시가스 회사가 생활용품 매장을 열었으니 고개를 갸우뚱할 법도 하다.
#2. 국내 최대의 도시가스 회사 삼천리는 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자산운용사 '맥쿼리에너지리미티드' 설립을 위한 본 인가를 받았다. 유전, 가스전, 태양광, 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에만 몰아서 투자하겠다며 만든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다.
도시가스 회사들이 앞 다퉈 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유전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펼치는가 하면, 에너지와 전혀 무관한 식당, 인터넷 쇼핑몰, 생활 잡화 매장을 열거나 심지어 외국어 학원까지 차리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도시가스 보급만으로는 수익 창출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신시장 개척' 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쟁이 거의 필요 없는 독점적 환경에서 영업을 해오던 가스 회사들이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에너지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까지 진출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에너지 개발에 주목
도시가스 회사들이 1차적으로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녹색 에너지 관련 사업이다. 특히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대성그룹은 10일 몽골 날라이크구에서 태양광ㆍ풍력 복합발전 시스템을 구축해 전력을 생산하는 GEEP(Green Eco-Energy Park) 준공식을 가졌다. 몽골 정부로부터 60년 동안 무상 지원 받은 날라이크 주변 330만㎡(100만평) 부지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지를 만든 뒤, 여기서 생산한 전기로 150m 땅 밑에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 녹지를 만드는 사막화 방지 사업이다.
LS그룹 계열의 도시가스 회사 예스코는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 앨빈 타운사이트와 알타로마 가스전 등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현지법인 '예스코에너지 LCC'를 새로 만들었다.
SK E&S의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중국에 이어 인도와 아랍에미리트(UAE) 지역에서 도시가스 공급 및 진단냉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전남 함평에 2㎿급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한 삼천리는 LNG를 이용한 연료전지 실용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경동가스는 태양광 발전 모듈 생산업체 경동솔라의 지분을 84.86%까지 늘렸다.
비 에너지 업종도 안 가려
도시가스 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며 에너지와 관련 없는 업종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타 분야 진출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 대성그룹. 이 회사는 올해 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뉴질랜드영상협회(NZISI)와 '디지털 콘텐츠 기술 및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평소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영훈 회장은 그 동안 계열사인 바이넥스트창업투자를 통해 30편 넘는 영화에 제작비를 투자했는데, 앞으로는 제작에도 직접 나설 계획이다. 앞서 대성그룹은 포털사이트 '코리아 닷컴'을 인수했고, 친환경 전문 쇼핑몰 '웰베이'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굿 캠퍼스'라는 외국어 학원을 열었고, 계열사 서울도시개발을 통해 인터넷상거래 업체 '에코끼리'를 설립해 통신판매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하지만 가스 회사들의 비 에너지 업종 진출이 성공할 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다는 이들이 많다. 한 자산운용업계 대표는 "철저한 사업성 검토와 사업 계획 없이 최고경영자(CEO)의 개인적 관심이나 막연한 기대에 의지해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대부분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으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낮다"고 진단했다. 실제 가스업계가 최근 진출했던 에너지와 무관한 업종 중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지헌석 NH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도시가스의 네트워크적 특성과 관련 있는 통신 네트워크 사업 등 조금이라도 연관된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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