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우리 내수경기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신(新) 소비자층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6월 18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나 늘었으며, 이는 '포미(FOR ME)족'의 등장에 힘입은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포미족은 불황 속에도 자신을 가꾸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관련된 소비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는 소비층을 말한다. 신세계는 포미족의 소비성향 특징을 '작은 사치'(Small Luxury), '섹시함'(Sexy), '친환경'(Green)으로 요약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실제로 명품 시계, 지갑, 구두, 가방 등 사치성 패션소품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40%나 늘어났다. 특히 30대 남성의 '작은 사치' 소비현상이 두드러져, '브라이틀링' '론진' 등 남성 명품시계 매출은 70% 이상 급증했다. 고급화장품 매출도 작년 대비 38% 뛰었고, '라메르' '키엘' 등 수입화장품 매출은 2배나 치솟았다.
'섹시함'을 추구하는 포미족의 성향은 미니스커트와 킬힐(뒷굽 높이가 10㎝가 넘는 구두) 열풍도 만들어냈다. 역사상 가장 짧은 길이 22㎝짜리 미니스커트의 등장에 힘입어 미니스커트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늘었으며, 구두매장에서는 '크리스찬 루부탱' '마놀로 블라닉' 등 하이힐 전문 브랜드의 매출이 70%를 점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또 석면 파동 등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상품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상품군 별로 20~90% 증가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마케팅 상무는 "올해 상반기에는 '불황기 소비패턴이 깨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백화점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이런 소비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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