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77년 시작돼 올해로 123회를 맞는 테니스대회의 고전(古典). 출전 선수 전원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85만 파운드(약 17억6,000만원)의 우승상금을 향해 자웅을 겨루는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22일(한국시간) 화려한 막을 올린다.
올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의 최고 관심사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2위ㆍ스위스)의 왕좌 복귀 여부. 지난 2003년부터 내리 5년 연속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했던 페더러는 지난해 결승에서 숙적 라파엘 나달(1위ㆍ스페인)에 패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내줬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두 선수는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실제 경기 시간만 4시간48분, 비로 중단된 시간까지 더하면 무려 7시간이 넘게 걸린 혈투를 펼치며 테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장식했다.
그러나 올해는 페더러가 이달 초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다. 페더러는 피트 샘프러스(38ㆍ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단식 최다승(14승)과 타이를 이루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테니스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더욱이 나달이 대회 출전을 포기, 페더러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나달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 상태가 100%가 아니다. 몇 주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대회에 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윔블던 출전 포기는 내 테니스 경력에서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35년간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자가 다음해 대회 출전을 포기한 것은 2002년 고란 이바니세비치 이후 나달이 두 번째다.
페더러의 왕좌 등극을 위한 호재는 또 있다. 센터코트에 지붕이 설치돼 우천으로 경기가 지연되는 변수마저 사라진 것. 페더러는 결승에 도달할 때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세계랭킹 3위인 홈코트의 앤디 머레이와 4위 노박 조코비치(크로아티아)가 페더러의 독주를 견제할 유일한 적수.
반면 여자부는 유례없는 혼전 양상이다. 세계랭킹 1위 디나라 사피나(러시아)가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모두 2위에 그치면서 여전히 '메이저 결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3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슈테피 그라프(독일ㆍ1991~93년) 이후 두 번째로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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