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9일 개표 조작은 없었다고 선언하며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정당성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대선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며 일주일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는 이란 개혁파의 요구를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미로 향후 이란 정국은 더 깊은 혼돈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 대학에서 열린 금요 예배에 참석해 "이란 국민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뽑았다"며 "이란 법 체제 하에서 개표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미르 호세인 무사비 후보 간의) 표 차이가 1,100만 표나 나는데 어떻게 조작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개혁파에서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을 일축했다. 하메네이는 군통수권은 물론 외교, 안보, 국방 등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강력한 권력자로, 1989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망 후 20년간 최고 지도자직을 유지해 왔다.
하메네이는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몇몇은 거리에서의 행동이 체제 변화를 가져올 정치적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전혀 아니다"라며 "시위가 계속될 경우 상응한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정국 혼란의 책임은 개혁파와 서방 언론에 돌렸다.
그는 "유혈 사태의 책임은 정치 지도자의 극단적 행위에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국제 사회의 몇몇 적은 이란 내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었다. 이날 예배에서 그는 "나의 대내외 정책관은 그 누구보다도 아마디네자드의 정책관에 가깝다"고 선언했다. 하메네이는 개표 직후에도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은 신의 선택이다"라고 승인한 바 있다.
하메네이의 강경 발언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CNN 등 외신들은 당초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와 시위대 중)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마디네자드의 손을 들어주면 시위대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하는 셈이고, 개혁파 편을 들면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합법성과 자신의 권위까지 실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다.
이번 연설로 개혁파의 충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개혁파는 하메네이의 언급에 대한 공식 반응 없이 20일부터 평화적 집회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란 통신사 ISNA에 따르면 테헤란 당국은 이 집회를 불허키로 결정했다. AP통신은 "지금까지 시위대의 관심은 선거 자체에 국한됐지만 (하메네이로 대표되는) 신정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경우 이란 통치 시스템 자체에 대한 반발을 낳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무사비와 시위대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향후 이란정국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정부는 지금까지 시위대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희생자가 32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람이 15명이라고 밝혔다.
최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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