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업체 수가 올들어 5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5월 한달간 부도를 맞은 업체는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통틀어도 두번째로 적었다. 길고 깊은 불경기의 바닥에 와 있다는 지금, 기업들이 무슨 요술이라도 부리고 있는 걸까.
21일 한국은행의 '5월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부도업체 수는 151개로 4월(219개)보다 68개나 줄어들면서 2007년 9월(138개)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별 부도업체 수는 작년 12월 345개를 기록, 2005년3월(359개) 이후 근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으나 올들어 1월 262개, 2월 230개, 3월 223개 등으로 계속 줄어들면서 불과 5개월 만에 절반 이하까지 떨어졌다.
감소세는 업종과 지역도 가리지 않는다. 5월 서울의 부도법인 수(52개)는 4월(84개)보다 32개가 줄었고 지방은 135개에서 99개로 감소했다. 모두 작년말 보다는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업종별로도 제조업과 건설업종의 부도업체 수는 특히 작년말보다 3분의1 수준으로 줄었을 정도다.
임형준 한은 주식시장팀장은 이에 대해 "경기회복세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합쳐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엄밀히 보면 경기회복 보다는 정책지원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경기는 여전히 불황이지만 당장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돈조차 빌리기 어려웠던 작년 말과 달리, 최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자금융통이 가능해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들어 정부가 기업들에게 각종 보증을 확대하고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도록 한 것도 갈수록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임 팀장은 "부도업체 수는 당분간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올 하반기 이후에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까. 임 팀장은 "돌발 변수가 없다면 부도업체 수는 작년말로 이번 위기 중의 꼭짓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건설ㆍ조선업종 등의 상당수 영세 업체들은 정리가 끝난데다, 대기업과 그에 관련된 하청업체들도 앞으로 부도를 맞을만한 급격한 변화는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정부의 지원책 역시 과거 경험상, 갑자기 충격을 줄만큼 '무 자르듯' 일시에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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