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는 오너 일가 사이에 '약간'의 지분변동이 있었다. 이 '약간'의 지분이동을 두고 시장에선 "형제간 계열분리작업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는데, 정작 금호아시아나그룹측에선 "시장이 너무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일축하고 있다. 형제간 잡음 없이 워낙 순탄하게 가족경영을 해온 그룹이라, 시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미세한 변화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을 이끄는 박찬구 회장과 장남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은 최근 294억원을 들여 금호석화 주식 100만6,630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에 따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6.1%로 높아졌고, 박준경 부장 지분율도 7.87%로 올라갔다. 이로써 박찬구 회장 부자의 금호석화 지분은 종전 10.01%에서 13.97%로 늘어났다.
이제껏 금호석화 지분은 그룹 오너인 박삼구 회장(박찬구 회장의 형)과 박찬구 회장이 똑같이 5.3%씩, 박삼구 회장의 아들인 그룹 전략경영본부 박세창(34) 상무와 박준경 부장이 각각 4.71%씩 갖고 있었다. 당초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은 네 아들(고 박성용 명예회장, 고 박정구 회장, 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에게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주식을 똑같이 6.11%, 10.01%씩 나눠줬는데 어쨌든 이번 인수로 금호석화 지분 균형추는 박찬구 회장 쪽으로 기울게 됐다.
금호석화는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등 석유화학회사를 3곳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이들 화학계열사는 총 4조5,097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금호 내에서 최고 알짜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시장에선 박찬구 회장이 '홀로서기', 즉 금호석화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작업에 나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통상 재벌 그룹들이 2세까지는 형제경영을 유지하다가도 3세로 넘어갈 경우 분가(分家)수순을 밟는 점을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다가올 3세 경영시대를 맞아 결국은 이런 계열분리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박찬구 회장 부자는 금호석화 지분을 취득하는 대신, 지난 15~18일 금호산업 주식(191만8,640주, 340억원 상당)은 처분한 것으로 확인돼 분가를 위한 지분정리가 시작됐다는 시장관측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분이동 과정을 보면 박찬구 회장측이 금호산업 쪽을 털고 금호석화 중심의 화학부문을 맡는 쪽으로 그림이 그려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측에선 이 같은 시장의 시각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매우 많은 돈이 드는 작업인데 이 정도 소량의 지분이동을 두고 분가 작업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분가작업은 생각만큼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남은 2세 형제는 박삼구ㆍ박찬구 회장 뿐이지만, 작고한 형제들의 자녀까지 포함시킬 경우 3세로의 경영권승계나 분가작업은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계열분리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 계열분리 여부 조차도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번 지분변동을 놓고 분가 수순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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