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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평 호명호수, 짙어진 초록 드리운 하늘호수 '천지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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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평 호명호수, 짙어진 초록 드리운 하늘호수 '천지축소판'

입력
2009.06.23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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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를 닮았다는 호수가 있어서 찾아갔다.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호수, 경기 가평의 호명호수다. 청평댐을 지나 북한강 비경과 나란히 달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그 끝에 매달린 보석 같은 절경이다.

호명호수를 3.6㎞ 못 미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일반 차량은 출입이 통제된다. 가평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만 호수까지 오를 수 있다. 차 없이 걷는다면 1시간 여를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한참만에 온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 10여분 만에 호숫가에 승객들을 부려놓았다. 호수에 내린 사람들의 시선은 물이 아닌 주차장 옆 숲으로 쏠렸다. 초록의 나뭇잎 위로 하얗게 넘실거리는 나비떼 때문이다.

이파리 만큼이나 많은 하얀 나비떼의 날갯짓. 오전의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펄럭인다. 카메라를 들이대 그 모습을 담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날아가는 방향이 불규칙하니 초점을 잡기가 힘들다. 그저 눈으로 싱그러운 초록의 잎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백색의 군무에 취할 뿐이다.

호수를 내려다 보니 물이 바짝 말랐다. 관리하는 분께 지난 모내기 때 죄다 물을 뽑아 써서 그런 거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꽉 채웠던 물을 어제 발전을 하느라 다 뺐다는 것. 호명호수는 양수발전소용 호수다.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 산 아래 청평호에서 물을 끌어올려 놓았다가 전력이 많이 필요한 시간에 수문을 열고 전기를 생산한다. 홍수, 가뭄과 상관없이 수시로 물을 채웠다 비웠다 해야 하는, '물회전이 빠른' 호수다.

박정희 대통령 때 추진돼 1980년 완공된 국내 최초, 동양에선 두번째의 양수발전소다. 15만㎡ 면적에 267만톤의 물을 담는다. 이 호수에 물을 채우는 시간은 대략 6시간, 물을 빼는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물은 땅속으로 연결된 730m 길이의 수로를 타고 내려가 지하발전기에서 전기를 일으킨다.

물 빠진 호수 풍경이 밋밋하다고 하자 팔각정 전망대에 올라볼 것을 권한다. 한전 위령탑 직전, 능선으로 오르는 길로 걸음을 향했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면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한전이 세운 호명호 양수발전소 건립 기념비가 있다. '목숨까지 바쳐가며 청평의 물을 끌어올린 호명호를 만들었다'고 쓰여있다.

기념비를 지나면 바로 '호명정'이란 이름의 팔각정이다. 1층은 양수발전소 건설 경위 등을 소개하고 있는 홍보관이다. 2층에 올라 난간에 서니 호명호수 풍경이 벅차게 펼쳐졌다. 물이 많이 빠졌음에도 호수의 규모가 상당했다. 푸른 물이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다.

호수를 둘러싼 넘실거리는 산자락들이 산정의 호수를 더욱 부각시켰다. 산자락의 틈새에 갇힌 물이 아니라 산들을 아우르고 있는 물이다. '천지를 닮았다'는 표현이 허풍은 아니었다.

반대편으로는 호명호의 원 물길인 청평호가 내려다 보인다. 시선은 초록의 급경사를 타고 맑은 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청정의 굵은 물줄기가 숲 사이로 도도히 흐르고 있다.

호명정에서 바로 호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그곳 보다는 능선을 타고 호수를 에둘러 가는 길을 선택했다. 호명정을 지나면 길은 비포장의 흙길이다. 간밤에 내린 비로 땅은 알맞게 폭신폭신했다. 길은 또 다른 전망대를 안내한다. 호명산 천지연봉(해발 597.9m)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주변에 나무가 우거져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호수 주변에 예쁘게 가꿔놓은 꽃밭 '천상원'으로 내려와 나머지 호수 둘레를 마저 돌았다. 산꼭대기라서인지 햇볕은 강했지만 바람은 서늘했다. 시원한 산바람에 발걸음이 가볍다.

호명호수는 지난해 7월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그 전에는 국가 주요시설 보호란 명목으로 출입이 금지됐었다. 호명호수 입구 주차장에서 호명호수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오전 8시 40분부터 50분에서 1시간 40분의 간격으로 하루 9번 운행한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별도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입장료는 없다. 버스비 편도 1,000원. 양수발전소 070-7713-7035

가평=글·사진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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