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정부의 녹색성장 계획과 관련, '녹색건설' 보다는 '녹색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2일 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세계은행(WB)과 기획재정부 공동 주최 'WB 개발경제 컨퍼런스'(ABCDE)에서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 목적으로 재정정책을 펴고 녹색성장의 비전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왕이면 토목분야 보다는 기술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침체기에는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양책을 펴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땅을 팠다가 다시 덮는' 식의 무작정 투자는 아니어야 하며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4대강 사업 등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본 적이 없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정부의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시적 감세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오히려 세금을 올리고 사회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인 25%에 훨씬 못 미치는 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분야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론자들이 선진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풀 규제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파생상품 규제 이외에 금융 분야 규제가 강하지 않다"면서 "무슨 분야를 더 풀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계은행은 한국 경제가 올해 세계경제(-2.9%)보다 더 큰 폭인 3~3.5%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세계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했다. 저스틴 린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높은 수출 의존도로 한국이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더 심한 타격을 받았다"면서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한국의 경제회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빠를 것이지만, 세계 경제 수요가 본격 회복돼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내년에는 2%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2011년에는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경제는 내년 2%, 2011년 3.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