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축구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의 벽에 도전한다. '한반도 축구 돌풍'의 열쇠는 양팀 간판 스타인 박지성(28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정대세(25ㆍ가와사키)가 쥐고 있다.
박지성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부상 탓에 남아공월드컵 예선 1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초의 3개 대회 연속 골 사냥에 도전한다. 팀이 위기에 몰렸을 때마다 박지성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고, 특히 유럽 전통 강호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은 남아공에서 그의 활약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까닭이다.
박지성은 포르투갈과의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1-0)에서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작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시켰고,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프랑스전에서는 0-1로 뒤진 후반 동점골을 터트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정대세 또한 북한 대표팀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남아공에서의 '북한 돌풍'은 정대세의 득점포 가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비수 다섯 명을 배치하고 미드필더도 수비에 치중하는 북한의 독특한 전술은 정대세라는 위협적인 공격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 경기 베스트 11이 동일하고 '선수비 후역습'의 뻔한 전술을 사용하는 북한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같은 전통의 중동 강호를 제치고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은 데는 정대세의 보이지 않는 수훈이 있었다.
정대세는 남아공월드컵 예선 11경기에 출전, 한 골에 그쳤지만 매 경기마다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고 역습시 위협적인 공간 침투로 득점 기회를 노리며 상대를 압박했다.
선수층이 엷은 북한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도 정대세를 원톱으로 세우고 밀집 수비를 펴며 역습을 노리는 전술로 나설 전망이다. 남아공에서 정대세의 득점포에 불이 붙을 경우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일으킨 '대형 사고'를 재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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