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차기 검찰총장에 오르게 된 천성관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책임론의 연장선상에서 검찰개혁 요구가 비등하고 있고, 이 와중에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도 서둘러 추슬러야 하는 언뜻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우선 천 내정자의 파격적인 발탁으로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천 내정자가 임채진 전 총장에 비해 사시 3기수나 아래라는 점에서, 관행상 그의 선배나 동기 간부들의 줄퇴진과 함께 자연적인 인적쇄신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현 정권 들어 검찰은 편파사정 논란 속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를 진행해오다 노 전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으로 의도와 달리 정권에 오히려 부담을 주게 됐다. 더구나 전 정권에서 임명된 검찰 간부들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천 내정자의 발탁은 청와대의 이 같은 검찰 쇄신 의지를 넉넉히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천 내정자가 인적 쇄신에 그치지 않고 조직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힘을 받고 있는 중수부 폐지론이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맺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수부 폐지에 대해선 검찰 안팎에서 반론 또한 만만찮아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직 쇄신과 함께 검찰의 향후 방향성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천 내정자의 공안(公安) 경력이다. 천 내정자는 대검 연구관 시절부터 검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줄곧 공안부서에서만 근무했다. 대검 공안1과장과 서울지검 공안1ㆍ2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등 공안 요직도 두루 거쳤다. 공안사건이 많은 울산지검장을 거쳤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해서는 '미네르바'수사, PD수첩 수사 등을 지휘했다.
이 때문에 법질서 확립을 유난히 강조해온 청와대가 정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공안경력이 탁월한 천 내정자를 발탁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천 내정자의 임명이 '공안 강화'로 이어질 경우 시민사회의 반발 또한 커질 것이 뻔해,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천 내정자의 발탁은 이처럼 검찰 쇄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법질서 확립을 내세운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검찰 쇄신 의도가 자칫 검찰 조직의 동요나 내부 불만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되풀이되는 물갈이 인사가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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