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소비자 운동인가,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 침해인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진행 중인 '조선ㆍ중아ㆍ동아일보 광고업체 불매운동'을 둘러싼 장외 법리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언소주 활동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하고 형사처벌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반면, 언소주는 '정당한 소비자운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맞서고 있다.
언소주는 이달 초부터 '조중동에 집중광고를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차 광고중단 운동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던 터라 언소주가 이번에는 방식을 바꿨다.
보수신문들에만 집중적으로 광고하는 업체들 리스트를 나열한 뒤 '숙제'라는 이름으로 회원들의 집단적인 항의전화나 해당 기업 홈페이지 공격 등을 독려했던 지난해와 달리, 조중동에 집중광고를 내는 업체를 선정하고 해당업체의 제품에 대한 불매를 선언하는 데서 그친 것이다.
언소주는 이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불매운동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언소주를 고발한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등은 이 같은 활동이 업무방해, 공갈, 강요죄에 해당한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쟁점은 불매운동 과정에서 정상적인 업무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집단적인 세(勢)의 과시가 있었는지,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기회가 사실상 박탈됐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1차 광고중단 운동 사건 담당 재판부는 유죄 선고와 함께 합법적인 운동의 '한계선'을 설정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독자가 언론사의 편집정책을 변경시키려는 목적으로 해당 신문의 불매운동이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게재하지 말라는 뜻과 함께 불매 의사를 고지하는 활동을 벌이는 건 구독이나 광고게재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판단기준에 비추어 이번 사안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장모 변호사는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라며 "이번 불매운동도 홍보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어서 강요나 공갈로 보긴 어렵다"고 옹호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불매운동에 영향 받은 일반인들이 집단 항의전화를 했다 해도, 전화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언소주측을 '공범'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당성 없는 소비자운동'이라는 반론 역시 만만찮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소비자 권리가 침해된 것도 아니고, 특정 신문 광고만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한다면 기업의 자유의지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수사와 법정심리를 해 볼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불매운동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던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1996년 미국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을 개최한 공연기획사가 공연 티켓 불매운동을 벌인 시민단체 간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위력' 개념의 해석도 변수다. 대법원은 2005년 판례에서 '위력'에는 폭행ㆍ협박은 물론, 사회적ㆍ경제적ㆍ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물론 언소주의 불매운동을 '사회적 지위에 따른 권세'로 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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