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사북사태 때 어용으로 몰린 노조지부장의 부인이 광부들에게 폭행 당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소요 주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사북사태 당시 동원탄좌 노조지부장의 부인 김모(69)씨가 당시 동원탄좌 광부 이모(69)씨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80년 4월 김씨의 남편은 전국광산노조 회의에서 42.75%의 임금 인상안이 결정됐는데도, 회사측과 비밀리에 20% 인상안에 합의했다. 그러자 광부들은 "어용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가족들까지 수 천명이 농성에 가담하면서 유혈 사태로 번졌다.
일부 광부들과 부녀자들은 노조지부장을 찾아 다니다가 옆집에 숨어 있던 부인 김씨를 발견, 그를 광업소 정문 앞 기둥에 전깃줄로 묶은 채 폭행하고 성적 학대를 가했다. 김씨는 나중에 사북 부읍장 등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사북사태 재평가 과정에서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광부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김씨를 풀어주고 병원까지 후송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사실과 다른 인터뷰로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 당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김씨에 대한 구조ㆍ후송 등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해당해 사생활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가 김씨의 피해 내용과 정도를 되도록 축소함으로써 사북사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김씨가 입은 피해에 대한 자신의 관련성을 회피하려 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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