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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그린 레이스는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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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그린 레이스는 마라톤이다

입력
2009.06.23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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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각종 경제지수의 호전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요즘.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들려온다. 유가 상승에 대한 걱정이 바로 그것이다. 국제유가가 역사상 최고가인 147.27달러에 도달했던 것이 불과 1년여 전이다. 세계 경제위기로 30달러 대까지 추락했던 유가는 올 2월에 비해서만도 이미 2배 이상 오른 상태다.

미국 케임브리지 연구소(CERA)는 올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평균 86달러, 최악의 경우 103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예측일 뿐이지만, 확실한 것은 전 세계의 원유매장량은 한계가 있고, 신흥국가의 경제발전으로 에너지 소비는 증가할 것이며,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은 점차 상승할 것이란 점이다.

그렇다면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임에도 에너지 자급율은 3%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할 것인가? 이는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에게 안겨진 절대절명의 과제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분야에 집중 투자해 현재 2.4%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선 이미 녹색 성장주가 버블 단계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정책이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발전업계에서는 지식경제부의 태양광 발전차액 정책 변경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3년간 총량 50㎿에 포함되면 지원하겠다던 발전차액을 연도별로 한계를 두는 것으로 방침이 바뀌면서, 업계가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그린 정책이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않고 추진되다 보니 생긴 문제다.

일시적인 부작용보다 더 큰 문제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발전장비의 핵심 부품은 대부분 수입품이며, 국산화율은 10~20% 정도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설비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향후 발전차액이 없어지면 자생력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국내 재료와 부품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예전처럼 저가 제품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술도 단순히 남의 것을 베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기술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가가치가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세계적인 그린 레이스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

기존의 발전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경제성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개발은 결코 쉽지 않다. 쉬웠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벌써 해결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녹색에너지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차분하고 긴 안목으로 에너지 고갈에 대비해야 할 때다. 우리 힘으로 녹색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부품재료 기술과 녹색산업의 기본을 충분히 다져야만 제대로 된 녹색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결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인류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며 적용해야 할 길고 긴 마라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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