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할 경우 자칫 이란 집권 세력에게 유혈 진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그렇다고 소극적 지지에 그치자니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란 정부가 자국민에 대해 모든 폭력과 부당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란 정부는 세계가 이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 발표는 이란 사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뒤 이뤄졌다.
미 공화당의 에릭 캔토 하원의원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국민의 자유와 인권 신장을 위해 분명한 메시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매파로 분류되는 존 뵈너 하원의원은 "이란은 연간 60억달러 어치의 가솔린을 수입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자국 국민을 존중할 때까지 미국이 경제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미 상하양원은 이란 정부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과 인터넷, 휴대폰 통제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나친 개입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맬러니 연구원은 "만약 미국이 이란의 거리 시위를 응원하는듯한 자세를 취한다면 이란 강경파를 자극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지도자를 뛰어 넘어 국민과도 직접 소통하겠다는 스마트 외교 전략을 갖고 있는데, 이란 사태에서는 국민이 아닌 지도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이란 사태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1일 이슬람 성직자와 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우방이 아닌 미국과 영국은 내정간섭 행위를 중단하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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