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규제 개혁안을 내놓았다.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80년 만의 대수술이다. 핵심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강력한 금융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FRB가 은행 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포괄적으로 감독하게 해 부실이 발생한 초기 단계부터 감시, 통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대형 금융기관이 위험자산 투자로 부실이 커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을 막기 위해 세금으로 구제해야 하는 월가의 대마불사(大馬不死) 관행을 개혁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다.
재무부장관이 의장인 금융서비스감독위원회를 신설키로 한 것도 주목된다. 금감위는 부실 징후가 있는 대형 금융회사를 파악해 FRB에 자료를 넘겨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FRB의 권한 강화에 따른 견제장치로 보인다. 금융위기의 주범인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강화 방안도 각국의 금융감독 개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금융규제 개혁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처럼 '책임지지 않는 월가의 문화'를 대수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이번 금융위기는 금융기관과 헤지펀드들이 자기자본의 수십배가 넘는 돈을 파생상품 등 고위험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금융감독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금융규제 개혁안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위기를 맞아 미 FRB처럼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안정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대한 금융회사 단독검사권 부여 등 역할 확대 는 금감원이 통합감독기구 체계에 어긋난다며 반발해 진통을 겪고 있다.
기관 간 조율 실패로 한은법 개정문제를 국민경제자문회의에 떠넘긴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효율적인 통화정책 수립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감독 개편이 기관 간 밥그릇싸움에 휩쓸려 표류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의 리더십과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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