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북한은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됐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은 연일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죠. 대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가 경제제재란 것인데요. 북한은 이를 주권침해다, 선전포고다 하며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경제제재가 뭐고 얼마나 무시무시하길래 이처럼 치고 받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경제제재란 한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이 특정 국가와의 무역거래, 자본거래, 직접투자 등 경제 관계를 단절시켜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외교수단을 말합니다.
경제제재는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는데 그 강도, 범위, 기간에 따라 ▦온건한 제재와 강력한 제재 ▦선별적인 재제와 포괄적인 제재 ▦장기적인 제재와 단기적인 제재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또 제재의 성격에 따라 대상국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부정적 제재와 대상국의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긍정적 제재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는 특정 국가의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제재대상국의 행동을 억제하려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경제제재는 왜 하나요?
1990년대 소련의 해체, 공산주의 진영의 몰락으로 냉전구도가 종식되면서 국제사회는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등 상호 의존관계가 깊어졌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하에서 국력이 우위에 있는 나라는 군사력 사용보다는 경제제재를 통해 자국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시행한 100건이 넘는 경제제재 조치 가운데 53건이 1990년부터 2002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니 최근 들어 그 활용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경제제재의 목적은 정치ㆍ경제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보통 국제사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원칙 또는 개별 국가의 이익과 관계됩니다. 구체적인 예로는 세계 평화, 인권 신장, 자국의 안보, 테러 및 핵무기 확산 방지, 군사적 도발 가능성 제거, 마약 매매 근절, 무역분쟁의 해결 등을 그 목적으로 들 수 있습니다.
제재 수단에는 무엇이 있죠?
경제제재는 주로 무역과 금융에 대한 규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경제제재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무역제재는 수출규제와 수입규제로 구분됩니다. 수출규제는 제재대상국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획득할 수 없도록 제재대상국에 대한 수출을 제약하는 방법입니다.
수입규제는 제재대상국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 제재국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함으로써 제재대상국의 외화획득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수출규제가 제재대상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법이라면 수입규제는 간접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경제제재의 또 다른 방법은 금융거래를 규제하는 것입니다. 금융제재는 제재대상국의 지불능력을 떨어뜨려 필요 물자의 획득을 어렵게 합니다. 금융제재 형태로는 제재대상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의 중단, 대상국이 소유한 금융자산에 대한 접근이나 은행거래를 금지하는 자산동결 조치 등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상대국에 대해서만 가장 좋은 대우를 하는 '최혜국 대우'를 철회하거나 투자 금지, 선박 검색, 입항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제재대상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실제 어떤 제재들이 있었죠?
요즘 주목받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북한의 전쟁 수행능력을 저하시키려는 목적으로 수출통제법을 발동하여 대북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미국 내 북한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후로도 북한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테러를 지원하며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한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등 다양한 형태의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대북제재를 완화하기도 했지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에 따라 제제조치를 다시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북한의 일본인 납치, 핵ㆍ미사밀 등을 문제삼아 2003년부터 다양한 대북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엔도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품목이나 기술의 거래뿐 아니라 금융거래도 제재 대상으로 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이란도 오랜 기간 경제제재를 받아온 대표적 국가입니다. 1950년대 석유자원의 국유화를 시도하는 이란 정부에 대해 미국과 영국은 이란으로부터의 석유수입을 금지했습니다. 1979년에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점거사건이 일어났는?미국은 이란의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에 대응한 바 있습니다. 그 후로도 이란은 전쟁, 테러 지원, 핵 개발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각종 경제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리비아는 1970년대부터 테러를 조장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왔습니다. 1980년대말 발생한 두 건의 민간항공기 폭파사건에 리비아가 연루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1992년부터는 유엔으로부터도 제재를 받게 됩니다.
특히 1996년에는 이란과 리비아에서의 석유개발을 제한하는 미국의 '이란ㆍ리비아 제재법(ILSA)'이 발효되면서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리비아 정부가 폭파테러범을 인도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면서 2003년 유엔의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2004년에는 미국이 제재조치를 완화하게 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61년부터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을 30여년간 지속해 온 나라입니다. 이 때문에 석유공급이 중단되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다가 1990년대 초 인종차별정책이 폐지되면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도 해제되었습니다.
효과는 어느 정도죠?
경제제재를 받는 나라들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이는 그 나라의 행동이나 정책을 변화시키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제재국이 경제제재 조치를 통해 본래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 종식 등은 경제제재의 성공 사례입니다.
반면 경제제재 조치가 상황을 악화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티와 보스니아는 경제제재가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북한, 이란에 대한 제재는 정권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편, 경제제재가 대량살상무기 등과 관련된 일부 품목에 한정되지 않고 생활필수품을 포함할 경우, 제재대상국의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인 고통을 주게 됩니다. 한 예로서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이라크 국민의 상당수를 영양실조에 걸리게 했습니다.
또 연필심에 들어있는 흑연이 핵무기 개발, 레이더 교란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써야하는 연필이 규제 품목이 되기도 했답니다. 이처럼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는 보건위생, 교육 등의 여건을 악화시켜 어린이, 노약자 등 취약계층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경제제재의 비인도주의적 성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박세준 조사역
▦풀어읽는 키워드
공적개발원조(ODAㆍ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란
공적개발원조는 중앙 및 지방정부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주목적으로 개도국 또는 국제기구에 공여하는 무상원조(Grant) 및 유상원조(Concessional Loan)를 뜻합니다.
자연재해 또는 분쟁피해자들을 돕는 인도적 지원, 재난발생국에 구조대나 의료진 등을 보내는 해외긴급구호, 빈곤국가에 개발금을 지원하는 국제빈곤퇴치 기여금 제도 등이 있습니다.
■ 요즘 북한에는 어떤 제재가…유엔결의안 1874조, 모든 금융거래 금지
요즘 북한에는 어떤 경제제재들이 가해지고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안 1874호에 담겨 있습니다.
안보리는 새 결의안 18~20항에서 2006년 내놓았던 1718호보다 한층 광범위하고 강한 수위의 경제ㆍ금융 제재를 회원국들에게 권했는데요. 이전에는 제재위원회가 정한 개인이나 단체에만 금융거래를 금지시켰으나 이번에는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등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 모든 금융거래를 막기로 했습니다.
또 이런 무기 생산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북한과의 무역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도 금지됐구요. 여기에 무상 원조, 금융 지원, 양허성 차관 같이 북한에 외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여러 통로가 되는 계약들을 신규나 기존 계약 할 것 없이 앞으로 줄여 나가도록 권고 했답니다.
북한의 핵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미국은 자체적으로도 여러가지 경제적 압박 수단을 시행할 태세입니다. 특히, 북한이 향후 안보리 결의안의 그물을 교묘히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자체 금융시스템을 동원한 변칙거래 차단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18일 미국내 금융사들에 '수상한 거래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가령 ▦북한 또는 북한인이라는 신분을 감춘 이뤄지는 차명거래 ▦진원지가 불분명한 금융거래 ▦제3자를 통한 자금이전 ▦합당한 목적이 없어 보이는 반복적인 계좌이체 등을 조심하라는 얘기죠. 또 믿을만한 설명없이 대량의 현금을 은행 현금수송 서비스를 이용해 옮기는 것 등 뭉칫돈의 흐름도 경계시켰습니다.
미 재무부는 특히 압록강개발은행, 대동신용은행, 동북아은행, 조선합영은행 등 17개 북한 은행들의 명단도 함께 제공해 미국 금융사들이 자신들의 거래 은행이 어떤 곳인지 판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기초해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독자적 금융제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로, 북한이 변칙ㆍ위장거래를 시도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응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에도 북한이 거래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해 북한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시키면서 상당한 효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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