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20명 정도의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사장의 얘기다. 그는 요즘 비정규직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고 했다. 열심히 가르쳐 이제 쓸 만해졌고, 본인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데 해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면 어떠냐고 하자, "그럴 순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정부가 월 50만원의 지원금을 주어도 업무 성격과 고용 구조상 '불가'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법이 바뀌지 않으면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 힘들더라도 처음부터 일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의 지원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비정규직에 대한 현장의 고민과 위기의식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노사 모두 이제는 자포자기 상태다. 그들은 원망의 화살을 정치투쟁과 당리당략, 노동계 눈치보기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한 정치권에 일제히 쏟아 붓고 있다. 사용기간 2년 적용을 불과 11일 앞둔 어제서야 부랴부랴 여야와 노동계가 모여 '5인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쇼'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2년 유예를, 민주당과 노동계는 '유예 불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만을 외쳤다.
기간 연장안을 내놓았다가 여당에게조차 외면 당한 정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께 노동부장관이 비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치권의 비현실성과 노동계의 위선을 꼬집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쌍용자동차 900명 정리해고는 사회적 문제이고, 비정규직 수 만명 해고는 사회적 문제가 아니냐"면서 정치권과 국회의 적극적 자세와 책임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의원총회에서 "연기나 유예는 있을 수 없다"고 다시 못박았다. 물론 여당이 국회를 열어 일방적으로 법을 개정하려 하면 몸으로라도 막겠다는 것이다. 경제5단체 부회장단의 "사용기간 제한 규정으로 근로자들이 해고되는 일이 없도록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달라"는 요청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당의 소극적 태도와 야당의 비현실적 감각이 비정규직만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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