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Sidecar)가 고장 난 채 방치되고 있다. 증시안정을 위한 장치가 코스닥시장에선 경고기능커녕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사이드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제도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파리 날리는 선물시장이 주범
18일 오전 10시53분. 코스닥시장에 '급락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현물시장 급락을 최소화하기위한 일종의 사이렌 같은 조치였지만, 정작 코스닥지수는 평온하게 1%가까이 상승 중이었다. 주가가 기분 좋게 오르는데 난데없이 급락을 조심하라는, 전혀 엉뚱한 경고를 한 셈이다. 이러니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이날 사이드카는 단 3건의 선물계약 때문에 울렸다. 극소량인 까닭에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기는 당연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발동된 7번(급등 2번, 급락 5번)의 사이드카가 모두 1~3건의 선물계약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19건 가운데 4건이 1계약으로 인해 발동됐다.
1차적 원인은 관련 규정에 있다. 현재 선물가격(코스닥스타선물)이 전일 종가보다 6%(코스피는 5%)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사이드카를 발동시켜, 주식시장 프로그램 매매(선물과 현물 가격차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는 대량매매) 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도록 되어 있다. 5분의 시간을 벌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선물 급등락이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뒤흔드는 충격을 완화하는 일종의 브레이크인 셈이다.
그런데 사이드카 발동조건에는 계약건수에 관한 내용이 없다. 그러다 보니 1건의 계약으로도 사이드카가 성립될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코스닥 선물시장의 거래 부진에 있다. 코스닥스타선물이 개설된 2005년엔 일 평균 계약이 2,657건이었으나 이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54건, 올해는 하루 평균 2건에 불과하다. 유동성을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 외면하고, 대형 우량주가 포진한 코스피선물보다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래가 거의 없으니 단 몇 건의 과도한 계약이 투자정보를 왜곡하고, 시장전체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개선은 뒷전?
꼬리(1, 2건의 선물계약)가 몸통(코스닥 전체)을 뒤흔드는 전형적인 '왝 더 독'(Wag-the-dog) 상황인데도 금융당국과 거래소측은 참 느긋해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계속 협의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개선안은 2가지. ▦거래량이 일정수준 이상일 때 ▦현물가격과 연동해 선물과 현물이 같은 방향으로 일정수준(예컨대 선물 6%, 현물 5%) 이상 변동할 때 사이드카를 발동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초 이 달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금융위가 승인을 안 해준다"는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개선안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하루 평균 거래량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거래량 기준을 잡으면 아예 사이드카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고, 선물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현물이 소폭으로 움직이면 역시 사이드카가 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보완책이 자칫 사이드카의 본래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사실상 폐지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 해결책은 코스닥 선물시장의 활성화다. 그러나 시장을 조성해줄 쪽(유동성 공급자)이 없는 현재로선 요원해 보인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코스닥스타선물을 대체할 수 있는 선물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거래소는 "스타선물을 보완한 상품이나 함께 거래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급락 사이드카가 발동한 18일 상승세였던 코스닥지수는 결국 하락으로 마감했다. 직접적인 상관성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지만 시장 일각에선 "황당한 사이드카가 투자심리를 꺾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관계기관이 사이드카 제도개선을 차일파일 미루는 사이 실효성 논란과 시장 혼선만 커지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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