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째 자리가 비어 있던 국세청장에 학계 출신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내정됐다. 최장기 공석이라는 기록을 깜짝 외부인사 기용으로 버무린 셈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1월 중순 낙마한 이후 잡음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도화선이 된 '박연차 게이트'의 중심에 있던 국세청이 늦게나마 수장을 맞이한 것은 다행스럽다. 백 내정자는 이 같은 전후사정을 잘 따져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국세행정에 일대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불어넣기 바란다.
충청도 태생으로 교수를 지낸 백 내정자가 나라의 곳간을 책임지고 마피아 같은 상명하복식 문화가 몸에 배인 수만명의 조직을 잘 이끌 수 있겠느냐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오랜 기간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했고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공정거래 업무를 선진화하고, 관료조직을 잘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서울시정개발원장을 지냈으며 대선 기간엔 이 대통령의 외곽자문기구인 바른정책연구원을 이끈 '배경'이 조직 장악과 개혁의 밑거름이라는 뜻이다.
역으로 이 대통령과의 이런 인연이 국세행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세청장을 그토록 오래 비워둔 이유도 청와대가 마련 중인 국세청 개혁방안 일정에 맞춰 '대통령 사람'을 심기 위한 의도였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국세청이 검찰 경찰 국정원 등과 함께 정권 보위를 책임진 4대 권력기관이라는 우리사회의 통설에 비춰봐도 '죽음 다음으로 무서운 세금'의 칼자루를 쥔 곳에 대통령 측근을 기용한 것은 썩 좋은 모양이 아니다.
백 내정자는 이 같은 걱정과 비판을 늘 염두에 두고 불명예 퇴진한 3명의 전임 국세청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청장이 없는 5개월 동안 조직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는 한상률 전 청장의 행태를 비판한 글을 올린 직원의 파면조치로 불거진 소란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백 내정자는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정치적 독립 의지부터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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