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말 배럴당 33.87달러로 최저를 찍었던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12일 72.04달러까지 치솟아, 원자재 중에서도 최고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낙폭이 워낙 컸다는 점과 중국에서의 수요급증, 달러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기적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다.
기름과 관련된 금융상품도 많다. 유가도 뛰면 이들 상품의 투자수익률도 좋아지는 것일까.
원유펀드
기름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론 원유펀드가 있다. 국내에 소개된 원유펀드는 두 가지. 이중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1[WTI원유-파생형](A)'의 3개월 수익률은 31.5%(16일 기준), '한국투자WTI원유특별자산자투자신탁 1(원유-파생형)(A)'은 4월 출시된 후 17.16%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 폭에 비하면 다소 미미한 수준이다.
사실 원유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유가가 오른다고 해도 큰 기대는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김휘곤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원유펀드는 현물이 아닌 선물에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 현물가격이 오른다고해서 펀드수익률이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며 "특히 지난달에 산 원유를 만기일에 다시 사들여야 할 때 가격이 올라가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롤 오버'(선물만기일에 기존 현물을 청산하고 다른 현물을 사 들이는 것)효과를 고려해서 선물만기일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원유펀드의 다음 만기일은 이 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투자자라면 유가 상승에 유혹당하지 말고 다양한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을 고르거나, 유가안정 후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순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유가가 100달러가 넘어갈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도 나오지만 이미 많이 오른 유가가 더 이상 크게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유가 상승만 고려해서 투자할 것이 아니라 곡물 구리 금 등 다른 원자재펀드를 함께 고려해 유가가 빠지더라도 다른 대체 에너지들이 받쳐줄 수 있는 상품펀드(커머더티 펀드)에 가입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12일 기준 커머더티 펀드의 6개월 평균수익률은 18.05%, 원유펀드와 별반 수익률 차이가 없다.
정유기업주
그렇다면 유가 급등 수혜주로는 꼽히는 정유기업 관련 주가는 어떨까. 유가 급등이 관련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다만 신규투자에 대해선 말리는 분위기다.
황규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많이 올랐지만 그에 비해 휘발유 가격은 얼마 안 올랐다"며 "정유사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좋아지려면 유가에 비해 휘발유 경유의 가격이 더 올라야 되고 수요도 크게 늘어야 하는데 실제 이 같은 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가상승 변수 하나만으로 정유사 주가가 변화할 리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신은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고 원유를 들여올 때 전월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고효과도 커 마진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1~2주 안에 유가가 폭락할 가능성은 극히 적고 향후 여름철 성수기가 다가오는 등 정유사에 대해선 투자여력이 있어 보인다"면서 "다만 신규로 투자하기보다는 기존 가입자들의 경우 좀 더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이익을 높이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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