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나란히 입상한 뒤 바로 미국 뉴욕으로 갔던 발레리나 박세은(20)과 김채리(19)가 돌아왔다. 당시 3위를 한 김채리는 만 17세가 안 돼 발레단에 못 들어가고 아메리칸발레학교(SAB)로 갔는데, 이달 졸업과 동시에 유니버설발레단에 특채됐다.
그랑프리를 받았던 박세은은 세계적인 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부속 ABTⅡ에서 활동하다 5월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두 사람은 각 발레단에서 가장 어리지만, 미래의 주역 감이다.
"언니!" "채리야!"
김채리가 귀국한 다음날인 16일 저녁 국립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보자마자 와락 껴안으며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뉴욕에서 보낸 2년 동안 둘은 가까운 데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날 박세은은 빨간 토끼눈으로 나타났다. 발레단 일과에 따라 작품 연습을 마치고 온 참이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단 5분도 못 쉬고, 점심도 못 먹고 연습했다"며 "너무 배가 고파서, 서러워서 울었다"고 했다.
프로 발레단의 일상은 그렇게 빡빡하다.그는 "ABTⅡ에서도 공연을 많이 했지만, 정식 프로 데뷔를 앞둔 어린 무용수들의 단체이기 때문에 국립발레단과는 춤 추는 양이나 공연 회수가 비교가 안 된다"며 김채리에게 단단히 각오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김채리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한국에 들어왔는데, 언니 말을 들으니 걱정이 더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푸념도 잠시, 둘은 무대에 서는 기쁨을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은 마약의 100배라고 했대요. 무대는 중독이에요."(박)
"춤 추는 게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며칠 안 하면 춤추고 싶고 무대가 그리워져요."(김)
한국에서 본격적인 프로 무용수로서 꿈을 펼치게 된 두 사람은 발레단의 막내로 열심히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귀국하던 날, 비행기 타기 전에 ABT의 '지젤'을 봤어요. 객원 주역으로 볼쇼이발레단의 나탈리아 옥시포바가 나왔는데, 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다 났어요. '나도 저렇게 감동을 주는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김)
"안 해본 작품, 해보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요. 셋만 꼽으라면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을 꼭 해보고 싶어요."(박)
두 사람은 발레단에서 군무로 시작한다. 머잖아 우리는 아름답고 청순한 지젤, 박세은과 김채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발레단은, 그리고 관객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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