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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떨어진 빌딩, 큰손들이 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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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떨어진 빌딩, 큰손들이 건져간다

입력
2009.06.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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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역업을 하는 김모(54ㆍ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상가건물을 45억원에 처분한 뒤 이달 초 대출을 더 받아 강남구 논현동의 7층짜리 S빌딩을 98억원에 매입했다. 김씨는 원룸으로 개조할 수 있는 20억원 대 안팎의 역세권 작은 건물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2. 게임업체 네오플의 허민(33) 전 대표는 올해 3월 개인자금 885억원을 투자해 강남구 대치동의 미래에셋타워 빌딩을 샀다. 평당 인수가는 1,350만원으로, 작년 7월(2,200만원)에 비해 40% 싼 수준이다. 이 빌딩은 최근 1,000억원을 호가해 3개월 만에 100억원이 올랐다.

국내ㆍ외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그간 금고 속에 꼭꼭 숨어있던 개인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투자처를 찾아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아직 경기 바닥 논쟁이 팽팽하지만 수십억, 수백억원 대 자산가들은 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하강곡선이 멈춘 지금을 부동산 저점 매수의 적기로 보고 오피스 빌딩 같은 안전자산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자산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등 핵심지역의 오피스 건물. 이른바 '블루칩' 오피스 빌딩은 요즘 같은 불황에도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낮아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건설사, 조선사 구조조정에 이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대기업 구조조정까지 이어지면서 이들 기업이 급히 내놓는 사옥 등의 빌딩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오피스 매입이 늘어나는 이유다.

올 들어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스위스타워가 재미동포 사업가에게 600억원 안팎에 팔렸고, 인근 핸디소프트 역삼동 사옥도 개인 사업가에게 415억원에 매각됐다. 서초구 서초동의 비트아카데미 빌딩은 162억원에 재미동포 사업가에게 넘어갔다.

신영에셋의 홍순만 이사는 "올해 초부터 개인 자산가들이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대까지, 법인 오너는 500억원에서 800억원 대의 빌딩을 찾는 경우가 부쩍 늘어 요즘 매물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며 "실제로 성사되는 경우가 많아 대형 빌딩 시장은 요즘 특수를 맞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도심 역세권에서 30억~50억원 안팎의 소형 건물을 찾는 자산가도 부쩍 늘었다. 정부가 올해 초 도심에서 원룸이나 다세대, 기숙사형 등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소형 건물을 리모델링 해 원룸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투자 대비 월 7~9% 정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역세권을 주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간 꽉 막혀 있던 상가 분양시장에도 큰손들의 입질이 시작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분양과 분양 포기 사태까지 빚어졌던 판교 상가가 요즘은 투자자들로 인산인해다.

올해 3월 공사가 진행 중인 동판교의 상업시설 스타식스가 개인 투자자에게 통째로 팔린 데 이어, 이달 초 서판교의 스타식스 로데오가 역시 개인 자산가에게 통매각 됐다. 이에 고무돼 판교랜드, 훼밀리프라자 등 인근 상가들도 일제히 분양에 들어간 상태다.

공인중개사인 박종혁 I-포시즌 이사는 "올 들어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부동산 자산가, 벤처사업가, 종교재단은 물론이고 연예ㆍ예술계 인사까지 높은 임대 수입과 향후 시세차익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알짜 오피스 빌딩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미분양이 심각하지만, 초고가 호화 아파트들은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올해 4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전용 244㎡형이 49억5,000만원에 팔렸고, 서초동 더미켈란 267㎡형도 4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또 38억원 하는 압구정동 현대 65동 244㎡형도 최근 주인이 바뀌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2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매매 건수는 월 평균 3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17.7건)의 2배가 넘는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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