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의료계는 암 정복을 위해 다양한 항암제 개발에 노력해왔다. 많은 암환자가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웠고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의 절반이 항암제 부작용을 이기지 못해서다.
환자 고통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견뎌야 하는 고통이다. 현재 우리 인간의 모습이 수 천년간 진화의 결과이듯 암세포도 각종 항암제에 맞서 진화하고 있다.
암치료도 암세포 진화에 맞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항암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표적치료가 대표적이며 이런 최신 치료는 암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표적치료는 암세포가 가진 특성을 파악해 이를 집중 공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세포에서 혈관 생성은 상처가 났을 때, 여성이 생리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암세포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계속해 혈관을 만든다. 표적치료는 이런 암세포의 혈관생성을 막아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마치 걸프전 당시 이라크 미사일을 정확히 요격하는 미사일에 비유할 수 있다.
비단 표적치료 뿐만 아니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개념의 암치료법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이 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제45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적절한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를 올바른 시기에 개인별 맞춤치료를 시행하자'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치료 중인 환자뿐 아니라 치료를 마친 환자도 개인별로 '맞춤 검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60여년 전 항암제가 처음 개발된 뒤 환자 개인에게 효과적인 '맞춤치료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새로운 암치료법을 보면 위암에서 처음으로 표적치료 가능성이 확인됐고, 먹는 항암제가 주사용 항암제보다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 표적치료제는 기존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관심을 끌었다.
또 특정 암에서는 표적치료제 단독치료로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와 암 줄기세포나 암 지지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개발 등 과거 4, 5년 만에 나오던 연구결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제는 이러한 새로운 치료개념을 어떻게 환자에게 적용하느냐가 과제다. 새로운 치료개념이 빠르게 진화함에 따라 치료법도 더 세분ㆍ전문화돼 한 명의 전문의가 아닌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치료 등 각 치료 분야별 전문가가 모여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디자인하는 다면치료가 필수가 됐다. 암세포 변신이 암을 치료하는 시스템 변화까지 유도한 것이다.
암치료 발전은 긍정적인 면만 가져 오진 않았다. 새로 개발되는 항암제나 표적치료제는 아주 비싼 약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암환자를 위한 보험과 의료법도 이런 변화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암 환자가 최소한 자신이 원하는 치료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환자 고통을 공감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치료법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이러한 노력이 의학 발전과 기적을 이루어 오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정현철 세브란스병원 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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