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녹색성장'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 중인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스티브 추 미 에너지부 장관과 '에너지 협력 의향서(SOI)'에 서명했다. 저탄소 발전으로 주목 받고 있는 원전,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협력은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송배전 과정의 전력손실률이 6.7%에 달하고 연평균 정전시간이 138분(2003년)에 이르는 등 전력망 개선이 절실한 상황. 반면 한국의 전력손실률은 4.5%, 연평균 정전시간은 17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역시 세계적인 정보통신(IT)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원자력발전도 두 나라의 '궁합'이 잘 맞는 분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으면서 발전 단가도 낮아 세계 각국이 앞 다퉈 원전을 짓고 있지만, 미국은 20여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해 기술인력이 거의 도태한 상태다. 이에 반해 1,000MW급의 대형 원전을 꾸준히 건설해 온 한국의 원전 건설ㆍ운영 수준은 세계적이다. 30년간 사고 한번 없었고 2년 전에는 3세대 원전을 세계 세 번째로 개발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건설이 예정된 원자로는 430여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436기)와 맞먹는다"며 "국내 원전 기술이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 자동차 공동 연구개발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사실상 일본에 내준 한미 양국이 전기자동차 공동 개발을 통해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협공'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자동차부품연구원과 미 아르곤국립연구소가 손을 잡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이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일본산 대신 LG화학 제품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협력은 금융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 JP모건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태양광, 풍력, 발광다이오드(LED), 탄소배출권시장 등 한국의 녹색산업 분야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윤호 장관은 "한국 녹색산업이 외국 투자자들에게 풍부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든든한 녹색지원군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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