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내놓고 달러를 비판하지 마라.'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에 앞서 '달러 흔들기'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다극화된 국제통화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컸지만 새 기축통화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에 동의한 것이다. 대신 4개국 상호간 국채 매입, 자국 화폐를 이용한 무역결제 및 통화 스왑 확대 등을 통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로 했다. 점진적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브릭스 4개국 정상은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국제통화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브릭스가 국제금융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기로 하는 등 16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비록 새 기축 통화 육성에 관한 합의는 없지만, 이는 시간상의 문제일 뿐 4개국의 의지는 확연하고 분명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통화시스템의 다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달러의 기축통화 문제에 대해 "주요 기축통화를 규정하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지만 주요 기축통화국의 환율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제 통화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발언의 한계점을 놓고 전문가들은 "최대 미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가치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발언을 할 경우 자신이 입을 손해는 불 보듯 뻔하다"며 "중국은 자승자박의 우려로 미온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달러 줄이기'를 위한 방안도 모색됐다. 러시아의 아카디 드보르코비치 대통령 수석 경제자문관은 "러시아는 브라질과 중국, 인도가 발행한 국채를 매입해 외환보유고 구성비율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등 3개국이 화답한다면 러시아는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안이 당장 미 국채를 대체할 만큼 활성화되기는 어렵지만 달러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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