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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할아버지 "전 재산 3140만원 값진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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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할아버지 "전 재산 3140만원 값진 곳에…"

입력
2009.06.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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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얘기 들리세요?""의사표현을 정확히 하셔야만 공증이 가능합니다."(끄덕끄덕)

"본인의 전 재산을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시겠습니까?"(끄덕끄덕)

지난 9일 오후 6시30분 서울 관악구 양지병원 중환자실. 변호사가 공증을 위해 기부의사를 묻자, 의식은 있지만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손중기(70)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의 친필사인으로 유산기부 공증은 끝났다.

손씨가 기부한 금액은 전세보증금 3,060만원과 4개의 통장 잔액 80여만원.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그가 평생 아껴쓰며 모은 값진 돈이다.

어린시절 혈혈단신 북한에서 넘어온 손씨는 1985년 가정을 꾸렸으나 10년 만에 부인이 암으로 세상을 먼저 뜨자 자녀도 없이 홀로 지내왔다.

폐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으로 최근 1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그는 지난 8일 병원에서 위독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재산을 기부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평소 자신을 돌봐주던 동 주민센터 직원에게 기부 의사를 전했고, 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할아버지 생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모르고 있다 공증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안 모금회 직원의 축하 인사에 눈물을 흘렸다.

모금회 관계자는 "할아버지처럼 홀로 지내시다 사망할 경우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이나 주변 이웃들에게 돌아가 고인의 뜻과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생전에 아름다운 약속을 실천하는 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금회의 '행복한 유산 캠페인'은 2004년 12월 시작된 유산 기부 캠페인으로, 지금까지 손씨를 포함해 9명이 참여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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