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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도서관 불빛이 미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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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도서관 불빛이 미래를 연다

입력
2009.06.1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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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전쟁이 빈번했던 옛날 정복자들의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을 불태우는 일이었다. 무력으로 영토를 정복하더라도 그 지역의 문화를 말살하고 주민들의 정신을 지배하지 않으면 불완전한 정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 최고의 도서관이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정복자인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에 의해 여러 차례 수난을 당한 사례가 잘 말해준다. 이를 거꾸로 보면, 도서관이야말로 그 민족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지켜주는 견고한 성곽이라는 말이 된다.

국회도서관 등 야간 개방 확대

현대의 도서관은 앞서 말한 의미에 더하여 국가의 부를 창출해내는 공장이나 마찬가지이다. 과거 농경사회 때 노동력이 중시되고 산업사회 때 자본이 중요했던 데 비해 지식정보 혁명 시대인 21세기는 창의력과 상상력, 즉 소프트 파워가 국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 중심에 도서관이 있다.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지식 정보의 축적과 활용도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의미로,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국력에 비해 도서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도서관이 야간개관을 실시하여 열람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전국 203개 공공도서관의 개관시간 연장을 위한 예산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도서관은 전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수집-가공-보존하여 활용하게 하고 후세에 전승하는 기관이다. 도서관이 아무리 많은 지식 정보를 소장하고 있더라도 활용도가 낮으면 의미가 반감된다. 지식과 정보를 많은 국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봉사의 범위를 확대하고 다양화하는 것은 도서관의 의무이다.

국회도서관은 원래 국회에 봉사하는 기관으로 출발했으나 대 국민 봉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소장자료를 디지털화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속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digital library), 유비쿼터스(ubiquitous) 도서관이 세계적 추세이다. 국회도서관의 전자도서관에도 1억 쪽 이상의 원문 DB가 구축되어 있고 연간 이용자는 1,40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원문 DB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주요 도서관과 정부기관, 연구소, 언론기관 등 1천 여 기관에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직접 방문해서 이용하는 오프라인 도서관의 중요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전문 사서들의 정보상담 서비스와 문화적 향수, 은은한 책의 향기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개관시간 연장은 생업에 바쁜 국민의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도서관은 대표적 국가 서지(書誌)인 한국 박사 및 석사학위 논문 125만 건, 정기간행물 기사색인 8,700종 255만 건 등의 귀중한 지식 정보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야간에도 최신자료실, 석ㆍ박사 학위논문실, 정기 간행물실 등 5개 열람실을 개가식으로 열고 있다. 다른 자료들도 낮 시간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국민의 '지혜와 사유' 깊게

지혜를 상징하는 미네르바 신전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야 날갯짓을 시작한다. 태양은 육체를 움직이는 데 반해 달빛은 정신을 깨어나게 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고 한다. 반딧불과 눈의 빛을 이용해 책을 읽어 성공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국회도서관과 전국 공공도서관의 개관시간 연장은 '밤을 밝혀 미래를 연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런 도서관계의 작은 노력이 국민의 정신을 깨어나게 하고 사유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대한민국 미래의 등불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유종필 국회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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