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온 뒤 정치 개혁을 위한 근원적 처방을 내놓겠다고 한 15일 공언이 묘하게'개헌론'과 맞물리면서 한바탕 바람이 불어 닥칠 기세다. 이 대통령이 직접 개헌 필요성을 제기할지는 확실치 않으나 범여권내 유력 인사들은 개헌론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 또 전직 대통령 자살이란 초유의 사태로 정치권에 팽배해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반성 분위기도 개헌론의 자양분이다. 어느 때보다 여론의 호응이 높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일찌감치 선봉역을 자청해왔다. 김 의장은 "개헌으로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며"내각제로 가든, 이원집정부제로 가든 방향은 권력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에선 안상수 원내대표가 기회만 주어지면 개헌을 얘기한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려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가장 이상적 형태"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개헌 주장에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여권 안팎에선 "개헌 카드는 친이계 세력의 차기 대선 전략"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후보가 마땅찮은 친이계로선 분권형 개헌을 관철,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권한은 줄이고 실권은 친이계가 계속 쥐려는 구상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럼에도 개헌론에는 서서히 탄력이 붙어가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이'근원 처방'의 하나로 개헌 필요성을 거론하면 불씨에다 기름을 들이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의 현실화에 이르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당 내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그는 일관된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론자이지만 분권형 개헌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이다. 친이측이 분권형 개헌을 밀어붙이면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권도 개헌 필요성의 일반론에는 동의하지만 현 국면의 개헌론은'여론 호도용'이라며 반대한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부정적 변수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이후 2012년 총선ㆍ대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개헌논의는 적어도 올해 안에는 마무리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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