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이 끝날 즈음 출연 배우 5명의 손에는 모두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유방암 투병 중에 남편과의 이혼 소식까지 전하게 된 수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가득하고, 엄마 조는 수화기 너머 딸의 목소리에 애써 담담하게 반응한다.
엄마의 이혼 소식을 모르는 수의 아들 크리스는 여자친구 에이미와 2주년 기념 파티 준비에 몰두하지만 그나마 약속 시간에 늦어버린 탓에 전화로 변명만 늘어놓는 중이다. 두 연인을 중재하고 싶은 에이미의 친구 캐리에게도 당장 가능한 소통 수단이란 그저 한 가지,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뿐이다.
사랑하는 이들과 전화 통화가 아닌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일조차 쉽지 않은 바쁜 일상, 그 팍팍한 삶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사람들. 호주의 젊은 극작가 겸 작곡가 매튜 로빈슨(30)은 현대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가족ㆍ친구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었다.
15일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사장 강신성일) 개막작으로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첫 선을 보인 뮤지컬 '메트로 스트리트'는 '전 연령층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꾸민다'는 이번 행사의 모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호주 멜버른을 배경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크리스와 엄마 수, 외조모 조까지 3대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가족애를 강조한다. 이야기와 노래를 만든 매튜 로빈슨이 주인공 크리스 역을 맡아 방한했다.
2만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1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 개막 공연 '메트로 스트리트'에 이은 공식 개막식과 함께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7월 6일까지 대구의 주요 공연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국내외 뮤지컬 24편을 소개한다.
해외 초청작은 21일까지 계속되는 '메트로 스트리트'와 폐막작 '가련한 리자'(7월 2~5일 수성아트피아) 2편이다. '메트로 스트리트'의 미덕은 엄마와 할머니 역을 맡은 두 중장년 여배우의 연기와 가창력이다.
배우층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한국 뮤지컬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하지만 철학적이다 못해 도덕의 강요로까지 느껴지는 추상적인 가사와 지나치게 단순화된 갈등 구조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아 이 '착한' 뮤지컬을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뮤지컬 '가련한 리자'는 농부의 딸과 귀족 청년의 사랑과 배신, 비극적 종말을 그린다. 1792년 발표된 니콜라이 카람진의 소설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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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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