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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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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 왜?

입력
2009.06.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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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또 미뤄졌다.

우리 증시의 체력을 한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됐던 꿈이 유보된 셈이다. 더구나 함께 물망에 올랐던 이스라엘은 이번에 낙점을 받은 터라 선택기준에 의구심마저 든다. 시가총액 세계 15위, 경제규모는 10위를 넘보는 우리 증시가 MSCI선진국지수(24개국)에서 번번히 문전박대 당하는 이유는 뭘까. 정부와 MSCI의 시각차가 가장 크다.

뚫리지 않는 3대 장벽

MSCI지수를 관장 운영하는 MSCI바라는 15일(현지시간) 주요지수 변경내역을 발표하면서 한국을 현행대로 이머징마켓(신흥시장)지수에 두되 선진국지수 편입여부는 내년 6월 정기조정 때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기발표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MSCI가 내건 이유는 3가지. ▦원화 환전이 자유롭지 못하고(원화 국제화) ▦외국인은 등록이 까다롭고(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자율화) ▦경쟁에 반(反)하는 지침(비경쟁 계약조건)까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 모두가 시기상조라고 못박는다.

첫째, 원화 국제화는 주식 거래로 얻은 원화를 24시간 자유롭게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외국인 입장에선 미리 원화를 달러로, 달러를 원화로 바꾼 뒤 한국 증시에 투자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환차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MSCI는 원화 역외 거래시장이 없고, 역내 거래도 제한이 있어 자유로운 투자에 불편이 따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외 원화거래량이 아직 적고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6개월 만이 아닌 장기적인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MSCI측 주장과 달리) 다양한 거래 활성화로 실제 거래에 규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둘째, MSCI는 외국인투자자가 한국에 투자할 때 금융당국에 우선 등록부터 해야 하는 절차를 생략(궁극적으로는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대신 국제결제기구에 계좌를 트겠다는 것인데, 외국인 입장에선 실명이 드러나지 않고 펀드 갈아타기도 보다 쉬워진다.

하지만 등록제도는 환 투기세력 등을 감시하는 최소의 방어장치라는 게 우리 금융당국의 입장.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외환시장이 불안정하고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외국인의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어 완화보다는 부분수정 및 개선정도만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거래소도 등록발급 절차 간소화 등 실무적인 부분의 개선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셋째, MSCI는 한국 증시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코스피200지수 사용권을 거래소가 독점하는 건 ‘반(反) 경쟁적’이라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 증시관련 데이터 제공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반면 거래소는 “이미 해외시장에 실시간으로 국내 증시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라 반 경쟁 주장은 선진국지수 편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MSCI가 선진국지수 편입대가로 영업 이익을 챙기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정부 관계자는 “실제 거래에서 규제는 미미하고 외환거래도 상당부분 자유로운데 무리하게 원화 국제화 등을 요구하는 이면에는 코스피200지수를 해외시장에 상장시켜 영업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증권계에선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MSCI와 한국 정부간 충분한 토론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한몫 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전망은 밝다?

시각차가 팽팽하고 타협의 여지도 적어보이지만 편입 전망만은 밝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9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 편입이 확정된 만큼 우리 시장을 바라보는 해외 시각의 불균형 상태(MSCI-신흥시장, FTSE-선진국)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빈기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성에 대해 MSCI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조율해 나가면 내년에는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관련 제도개선보다 건전한 투자환경 마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도 난항이 예고된다.

▦MSCI 국가분류체계(2009년 6월 기준)

-선진국지수: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홍콩,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싱가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이스라엘은 내년 5월 편입예정 )

-이머징마켓지수: 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중국, 콜롬비아, 체코, 이집트, 헝가리, 인도, 인도네시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멕시코, 모로코, 파키스탄, 페루,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남아공, 대만, 태국, 터키

-프론티어마켓지수: 바레인,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카자흐스탄, 케냐, 쿠웨이트, 레바논, 리투아니아, 모리셔스, 나이지리아, 오만, 카타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스리랑카, 튀니지,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 자료: 자본시장연구원 >

고찬유 기자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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