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정보통신(IT) 계열사인 하나INS를 맡고 있는 조봉한 사장(44ㆍ사진)은 여러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39세의 젊은 나이로 하나은행의 부행장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부장하기도 쉽지 않은 나이에 은행 임원이 됐으니 그럴 만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는 금융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 사장의 전공은 컴퓨터공학,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이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인공지능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미 국방부에서 무인전투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조종사가 실제 같은 영상을 보면서 공중전을 연습할 수 있는 일종의 모의 훈련기(시뮬레이터)였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 사장은 1996년 북미로봇경연 대회에 출전해 직접 개발한 로봇으로 은상을 탔고, 이듬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로봇축구대회에서는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덕분에 여러 IT 기업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필립스와 오라클에서 근무했다.
이후 국민은행에서 차세대 시스템 신기술팀장을 맡으면서 국내에 들어와 금융권과 인연을 맺었다. 하나금융지주에 합류한 것은 2004년이었으며, 하나은행 부행장보와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하나INS 사장에 취임했다.
하나INS는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나 하나금융지주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업체다. 바로 하나금융지주의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개발한 곳이기 때문. 조 사장은 지난달 직원들과 함께 직접 개발에 참여해 하나은행의 차세대 금융시스템 '팍스 하나'를 개발했다.
하나은행 차세대 금융시스템의 특징은 현금자동인출기(ATM)와 각 지점, 휴대폰 서비스와 고객센터 등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금융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점이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금융상품을 열람한 뒤 지점을 방문하면 직원은 고객이 알고 있는 사항을 제외하고 그 다음 단계부터 진행한다. 조 사장은 "여러 접점에서 고객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고객이 빠르고 편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팍스 하나'의 강점은 보안이 철저하다는 점이다. 해킹 위협으로부터 시달리는 인터넷 뱅킹의 필수 요소는 바로 보안이다. 조 사장은 "해커, 보안전문가, 보안업체 등을 총동원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모두 점검했다"며 "그만큼 팍스 하나의 보안 시스템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고 자부했다.
금융인이면서도 IT 전문가인 조 사장의 취미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인 '아이팟 터치'를 갖고 노는 것이다. 그는 아이팟 터치를 보물 1호로 지칭하며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는 "아이팟 터치로 영화도 보고 일정과 이메일 관리 등 업무 참고 사항을 처리하며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도전과 혁신이다. 그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며 "도전해보고 안되면 개선하면 되기 때문에 도전은 무조건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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